exid보다 찰진 위아래
몽골의 광활한 초원과 사막을 달리는 건 낭만적이다. 드 넓은 초원, 다른 차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으며, 신호등과 표지판은 염소나 양이 씹어먹은 게 분명한 그야말로 off-road의 진수인 몽골.
off-road의 낭만은 어디에?
보통 낭만이라는 것은 일상과의 대척점에 오는 것이니 이 새로운 도로 환경은 진회색 아스팔트 도로에 익숙했던 나에게 낭만을 선사하는데 기여한 게 분명하다. 아직 기억난다. 이동시간이 긴 것도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오히려 동행들을 알아가고 저 드넓은 풍경을 눈에 지겨울 만큼 담을 수 있어 좋다고 동생에게 말했던 것이.. 그게.. 어제였던가?
오늘은 아니다. 분명하다. 그 마음이 지금은 가고 없다. 아침부터 뭘 잘못 먹었는지 위아래로 토해냈다는 동생이 안쓰러워 패기 넘치게 가운데 자리(aka 지옥의 좌석, 오른쪽이나 왼쪽 사람의 다리에 치이고, 어깨에 치이며 기댈 곳이나 붙잡을 곳이 없음. 어떤 사람이 당신 대신 이 자리에 앉아준다면 그건 틀림없는 사랑이다)에 대신 앉겠노라 했으나 그 마음은 출발 후 2시간 30분을 막 지나고 있는 지금 처절한 후회로 변해버렸다.
스타렉스는 오늘도 어김없이 '낭만적'이었던 초원을 질주하고, 설상가상으로 바깥은 추적추적 비가 온다. 비포장 도로(라고 해야 할까. 그냥 두 줄기 바퀴 자국이라는 표현이 더 옳다)를 덩기덕 쿵더러러 자진모리장단으로 덜컹대는 차 안에서 잠을 자려고 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이었던 것이다.
차로 들어가면 자동 장착이 필수인 목베개에 머리를 기대고 귀에는 이어폰을 꽂았으나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다. 이것은 마치 exid의 '위아래 위 위아래'로 몸이 튀어올라 자칫 잘못하다가는 옆자리의 사람을 크게 칠 것 같은 느낌인 거다.
몽골에서 얻은 소중한 인연을 그렇게 떠나보낼 수 없으니 애써 몸을 의자에 딱 붙이려고 노력해본다. 차가 뛰어오를 때마다 필라테스 선생님이 그토록 강조하던 코어 근육에 힘을 주어 의자에 엉덩이를 붙여보는 거다. 내가 몽골에 와서 코어 근육을 길러갈 줄 아무도 몰랐겠지?
그렇게 노력했으나 결국 코어 근육 운동과 잠자기는 병행할 수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나는 모두가 잠든 지금 깨어 '몽골 off-road 여행의 단점(코어가 부족한 분들께는 생각지 못한 장점?)'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아.. 아스팔트가 탄탄하게 깔려 '흔들림 없이 편안한' 서울의 도로가 잠시 그리운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