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처럼 번지는 말, 치유의 언어

by 바나나 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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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섬세한 그릇이다. 때로는 단단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한순간 깨지기 쉬운 도자기와 같다. 특히 마음에 상처가 생겼을 때, 그 상처는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더욱 아프다. 이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있어 말의 힘은 놀랍도록 크다.


맹자는 '양기설(養氣說)'에서 말했다. "말로 기(氣)를 기를 수 있고, 기를 통해 마음을 기를 수 있다." 기는 생명의 근원적 에너지로, 우리의 말이 이 기의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누군가에게 건넨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가 어떻게 그 사람의 생명력을 북돋우는지 생각해 보라. "괜찮을 거야"라는 짧은 말 한마디가 절망에 빠진 이에게 삶의 빛을 되찾게 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1593년 봄, 선조는 깊은 절망에 빠져 있었다. 한양을 버리고 의주까지 피란을 갔다가 돌아온 왕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이때 서애 류성룡이 왕을 찾아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폐하, 나라가 위태로울수록 임금의 마음은 더욱 굳건해야 하옵니다. 비록 외적의 칼날이 목전에 있으나, 전하의 굳은 마음이 있는 한 이 나라는 결코 망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 말을 들은 선조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열며 말했다. "경의 말이 짧으나 내 가슴에 큰 힘이 되었소." 역사는 이 순간을 기록하고 있다. 위기의 순간, 한 사람의 마음을 바로 세운 말의 치유력이다.


흥미로운 것은 말의 치유력이 단지 마음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선 후기 의학자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심병(心病)'을 언급했다. 마음의 병이 신체의 질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역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말이 신체의 치유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주자(朱子)는 '발언이불능(發言而不能)'이라는 개념을 통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정도 있지만, 그것을 표현하려는 시도 자체가 중요하다고 가르쳤다. 슬픔에 잠긴 이에게 "다 말해봐"라고 권하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다. 말로 표현함으로써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고 치유가 시작된다는 깊은 통찰이다.

말의 치유력은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도 빛을 발한다. 헤어짐의 아픔을 겪는 친구에게 "네 감정은 모두 타당해"라고 말해줄 때, 시험에 낙방한 자녀에게 "실패는 성장의 밑거름이야"라고 일러줄 때, 우리는 모두 작은 치유자가 된다.


중국 송나라의 철학자 정이천은 "말은 마음의 소리요, 마음은 본성의 집이니라(言者心聲也, 心者性之舍也)"라고 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진심 어린 말은 상대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도달한다. 그것이 말의 치유력이 작동하는 원리다.


그러나 치유의 말은 반드시 화려하거나 길 필요는 없다. 때로는 "나 여기 있어"라는 짧은 한마디가 천 마디 위로보다 강력할 수 있다. 말의 치유력은 그 화려함이 아니라 진정성에서 비롯된다. 동양의 현자들이 말의 진실성(誠)을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말은 약과 같다. 적절한 약이 병을 치료하듯, 적절한 말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 그러나 약도 용량과 시기를 잘못 맞추면 독이 되듯, 말 역시 그러하다. 치유의 말은 상대의 상황과 감정을 깊이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오늘날 우리는 말의 치유력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바쁜 일상 속에서 가족이나 친구에게 진심 어린 말 한마디를 건네는 데 인색하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일이다. 맹자의 말처럼 마음을 기르는 일은 결국 말을 기르는 일에서 시작한다. 치유의 말은 우리 모두가 가진 작지만 강력한 선물이다. 그 선물을 아끼지 말고 나누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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