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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스플릿 Jan 17. 2024

실패는 아름다워.

돌이켜보면 잘못된 판단을 꽤 했다. 인생에 큰 대소사가 있다는데 바보처럼 신중하지 못했다. 좋은 게 좋은 거지, 좋게 되겠지 하며 쉽게 결정했고 어렵게 해결했다. 크고 작은 어려움이 늘 일상에 존재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인생이 쉽지만은 않았다.



왜 내 인생은 이렇게 더럽게 꼬여만 갈까 한동안 고민하기도 했다. 미궁의 반대편이 또 다른 미궁의 시작인 그런 느낌. 몇 년을 그렇게 보낸 것 같다. 다행인 것은 암울한 시기를 견딜 수 있게 나는 운동을 시작했고 덕분에 마음을 다스릴 줄 알게 됐다. 정신은 피폐했지만 몸은 건강한 아이러니한 인생의 교차점을 경험한 셈이다.



실패는 배움을 자극한다. 다시 무너지지 않기 위해 본능적으로 살아갈 방법을 찾는다.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는 순간 사람들은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친다는 표현을 한다. 살기 위해 인생의 모든 경험 중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아주 짧은 시간에 찾기 위한 두뇌의 처절한 노력이다. 인간은 누구나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셋업 되어 있다.



그래서 실수 넘치는 삶이, 실패 가득한 인생이 늘 고달픈 것은 아니다. 지혜롭게 헤쳐 나올 수 있다면 그보다 나를 단단히 만드는 것은 세상에 없다. 극복함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 혹자는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도 많지 않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 나는 인간의 엄청난 회복 능력을 믿는다. 적절한 환경에 있지 않는 사람에게는 늘 귀인이 나서기 마련이다. 살고자 하는 이에게는 손을 내미는 사람이 주변에 나타난다. 죽으라는 법은 없다.



실패 넘치는 삶 안에서 새롭게 인생을 배우고 더 단단해진 나를 바라보면 흐뭇하다. 하루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감사할 줄 알게 되었다. 무한한 욕심보다는 오늘 하루 무사히 마무리되는 일상이 귀함을 알게 된 것이다. 좀 넘어지면 어때. 힘들면 누워있으면 된다. 그러니 기운이 생기면 그때 다시 터벅터벅 걸으면 된다.



나보다 앞서 간 이들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넘어지지 않는 삶이란 없으니까. 시간 차가 있을 뿐이지 우리는 누구나 한두 번씩은 크게 넘어진다. 오히려 지금껏 넘어져 아문 상처가 고마울 때가 있을 것이다. 회복된 상처는 더 단단해지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넘어지는 게 무섭지 않게 되어서 괜찮다.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



실패 많은 삶도 이제는 아름답게 되었다. 완벽한 삶을 사는 것은 실패 넘치는 삶이 바탕이 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는 것이겠지. 모든 변수를 경험하고 다시 일어섰을 때 나는 더 완전해져 갈 것이다. 오늘도 아름다웠던 나의 실패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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