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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스플릿 Jan 09. 2024

의사도 잘모르면 우울증이래

몇 년 전만 해도 정신과를 다닌다는 것, 그리고 심리 치료를 받는다는 것은 누구나 쉬시 하는 일이었다. 정신과 치료 기록이 있다는 것 자체가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정신적 측면에 대한 부분을 드러내는 것은 동양적 문화와는 거리가 멀다.



우리가 떠올린 정신분석 학자, 정신과 의사만 해도 대부분 유럽인들이다. 유럽은 아주 오래전부터 정신적인 측면의 연구를 시작해 왔다. 내 생각에는 부족한 햇빛에 따른 인간 감정의 불안함이 정신분석을 아주 일찍부터 시작하게 한 것은 아닐까 싶다. 유럽 사람들은 바람 부는 날에도 햇빛이 떴다 하면 옷을 훌러덩 벗고 썬텐을 즐기지 않는가.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오직 햇빛이 귀하면 그럴까 싶기도 하다.



반면에 한국의 햇빛은 강렬하다. UV 선크림이 필수일 정도로 햇빛에 민감하다. 게다가 미백 기능은 모든 화장품의 필수요소가 아닌가. 우리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내면보다 외면에 치중할 수밖에 없도록 셋업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정신적인 부분을 논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일까?



우연인지 필연인지 내 주변에는 정신적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꽤 있다.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그런 사람들이 더 잘 보이기 시작하기도 했다. 우울증은 기본이고 강박장애증후군, 공황장애, ADHD, 조현병, 경계성인격장애 등 수두룩하다. 왜 나는 이들 주변에 자주 노출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덕분에 인간의 심리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정신과에 가면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한다. 그래서 대부분 약을 처방받게 된다. 하나 정도는 질환 타이틀을 수여받는다. 대부분 우울증, 심각한 경우는 경계성인격장애. 뭐 심각하게 그런 질환에 노출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일정 부분은 형언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대충 그럴싸한 진단명을 받고 병원을 나서게 된다. 긍정적인 경우 본인 스스로 주의하며 어떤 상황인지 면밀히 살피게 되는 효과도 있다. 반대의 경우 아픔의 근본을 다루지 못하고 나는 그냥 '환자'가 되었구나 하는 종말적 결론으로 개인을 이끈다.



나는 상담 자격을 가지고 있으나 의사도 아니고 전문적으로 상담을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종종 나누는 상담을 통해 소위 '환자'로 치부된 사람들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양육 과정의 어려움, 충분한 사랑의 부재, 기질적 문제 등이다. 뭐 뻔한 얘기로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실제로 소위 '환자'들을 만나게 되면 그런 부분을 깊이게 살펴보지 않는다. 그냥 이 친구랑 있으면 기운이 빠지네, 피해야겠다, 되도록 만나지 말아야지, 좀 이상한데? 등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정신적 고통이 유발된 근원을 찾아보는 것. 그리고 그 해결책을 아주 쉽게 단계별로 스스로 제시할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미궁 속에 빠진 이들을 구하는 유일한 길이다. 



학교에서 ADHD로 의심받아 애를 데리고 병원애 가는 학부모들이 꽤 있다. 아이는 당황한다. 내가 정신병인가? 약을 먹어야 하는데 설득이 쉽지 않다. 당신이라면 쉽게 인정하겠는가? 어릴 적 그런 경험은 오히려 더 큰 상처를 남길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요즘 너무나 쉽게 진단 내려지는 정신병적 '질환'에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단을 내려 환자로 만들기 전에 그들이 가진 상황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아픔을 어떻게 덮어나갈 것인가가 우선 시 되어야 한다. 하지만, 병원의 의사도 비즈니스를 하는 몸이고, 약이 처방되어야 돈이 된다. 하루에 200-300명을 봐야 운영되는 병원에서 개인적 아픔의 근원에 힘써줄 여유가 있을까 고민해봐야 한다.



내 주변에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점차 깊이 이해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픔의 근원을 생각하면 그들이 보이는 비정상적인 언행들이 이해가 되고 가슴이 아프다. 오죽했으면 저럴까 싶다. 자신도 극복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그 상태. 얼마나 괴로울까. 그리고 얼마나 도움이 필요할까.



그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사심 없이 들어줄 수 있는 마음, 그리고 상처의 덧에서 나갈 수 있게 길을 터줄 수 있는 가이드다. 특별한 능력이나 재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의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면 서서히 보일 수밖에 없다.



당뇨나 고혈압 같은 질환을 않는다고 사람을 피하거나 조심하라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낫지 않을 거라, 평생 고생할 거라 하지도 않는다. 우리의 세상이 점차 내면을 바라보는 시대로 발전해 갈 때 정신적 아픔을 바라보는 관점도 조금씩 바뀌길 기대한다. 우리에게는 충분한 사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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