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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Apr 06. 2020

무작정 위로받고 싶은 당신에게

책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를 읽고

몇 년 전 에스엔에스를 뜨겁게 달구었던 시 하나가 있다.


우리가

신호등을 기다릴 수 있는 이유는

곧 바뀔거란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힘들어도 조금만 참자

곧 바뀔거야


좋게

신호등 처럼


내가 위의 시를 처음 만난 곳은 어느 화장실이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사진을 정리하다 당시 사진으로 남겨놓은 시를 다시 마주했다. 그런데 흠칫했다. 왜냐고?


위의 ‘신호등 시를 쓴 작가’와 내가 ‘지난주에 읽은 책의 작가’가 같은 사람이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2년의 시간을 돌아 나는 작가 글배우를 다시 만났다. 그의 책 <지쳤거나 좋아하는  없거나>를 통해서였다. 2018년 어느 화장실의 '나'와 2020년의 '내'가 만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 책의 작가 글배우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태권도 선수, 의류 사업, 떡 장사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일을 경험했다. 카피라이터를 꿈꾸기도 했고 에스엔에스 시인을 거쳐, 현재는 작가로서 집필 활동과 동시에 상담소를 운영 중이다.


이 책은 그저 뻔한 에세이집이 아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행복론과 그의 다양한 경험을 간접 체험하는 재미가 있다. 또한, 인간관계와 말과 꿈과 자존감에 대한 저자의 고민이 묻어난다.



좋아하는 것 vs. 잘하는 것

최근 나의 고민과 맞닿은 부분이 있었는데 '말리지 말아주세요'라는 글이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중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짜장이냐 짬뽕이냐 문제처럼, 난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에 대한 해답도 다양하다.


많은 사람들은 잘하는 것은 선택하라고 한다. 현실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도 된다 주장해왔지만, 많은 반대에 부딪혀 뜻을 굽히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그를 만났다. 책의 작가는 이야기한다. 당장은 돈은 진짜 안정이 아니라고. 삶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지킬 수 있느냐가 진짜 안정 일지 모른다고. 자신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지켜내야 한다고. 결국은 좋아하는 일이 만족감을 줄 거라고.



다시 꿈을 찾아준 책

책 <지켰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에는 꿈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작가가 꾸었던 꿈, 실패한 꿈, 결국 이루어 낸 꿈을 소개한다. 개인적으로 꿈을 현실로 만든 이야기는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꿈에 반응하는 사람이 나 자신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가 8개월 만에 8천만 원을 벌었던 얘기, 공모전에서 100번 넘게 떨어졌지만 결국 입상한 얘기는 내게 힘을 주었다. 다시 꿈을 주워 담아 나아갈 힘을 주었다. 당신이 현실에 치여 잠시 꿈을 잊었다면 이 책의 도움을 받아보면 어떨까.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 나를 위해서 열심히 했다. /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 내가 옳다는 걸 / 꿈을 좇아도 가난해지지 않는다는 걸 -위의 책 '나의 꿈' 중에서



행복이란 자기 이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자기 이해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어떻게 자기 자신을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만족스러운 삶을 만들어갈 것인가? 이는 최근 내 주요 관심사이다.


저자는 행복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현재가 행복하고 현재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집중할 수 있는 무엇을 찾아야 한다. 부족해도 이것저것 계속 선택하며 내가 어디서 집중할 수 있는지 찾아야 한다. 내가 찾는 자기 이해와 저자가 말하는 내가 집중되는 것은 닮은 데가 있다.


내가 만나면 집중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 내가 하면 집중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 내가 걸으면 집중되는 장소가 어디인지 알고 / 내가 먹으면 집중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 내가 보면 즐거운 게 무엇인지 알고 / 내가 집중되는 것을 알고 / 내 삶의 시간을 채워 나가는 순간순간이 행복인 것이다 -위의 책 '행복이란 무엇일까' 중에서



전체적으로 책의 서술은 가벼운 편이다. 시와 산문의 중간쯤에 있는 글이 이어진다. 긴 글도 있고 매우 짧은 글도 있다.

저자 고유의 글맛을 살리기 위해 어법이 어색한 부분도 있다. 다만 책의 초반부에 이에 대한 저자의 의도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를 읽고 생각했다. 나도 에세이집을 쓰고 싶다고. 내가 글을 통해 느낀 감동, 내가 글로 받은 위로를 타인에게 나누어 주고 싶다 생각했다.


비슷한 측면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 공감과 위로가 얼마나 필요한 시대인지 깨달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행과 싸우고 있는지 깨달았다. 이 책이 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도.


오늘 밤. 어렵지 않게 위로를 받고 싶은 당신, 무작정 위로받고 싶은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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