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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Jul 10. 2020

애썼다

나도 당신도

어려서부터 나는 도깨비 방망이를 찾았다. 뚝딱하면 뭐든 나오는 그런 도구 말이다. 원하는 것은 뭐든지 얻게 해주는, 일년 365일 내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무엇을 말이다. 어지간히 행복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행복하게 잘 사는 법, 부와 성공의 비밀,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사람들의 습관 따위를 끊임없이 탐닉했다. 실은 아직 탐닉 중이다. 나도 모르는 결핍이 있는 걸까. 여기에 대한 집착을 끊을 수가 없다.


부단히 애썼다. 쉼 없이 행복하기 싶었기에. 행복한 삶을 만드는 뭔가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 방법이 그 도구가 궁금했다. 삶의 근본에 흐르고 있을 그 하나의 무엇. 나의 인생은 이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는지 모른다.


처음엔 '노력'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았았다. 학창시절 성공의 경험 덕분이었다. 노력은 취업과 안정적인 삶까지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세상은 만만하지 않았다. 결국 노력에 배신당했다. 직장에서 죽어라 노력하다 길을 잃은 것이다. 삶의 방향성을 잃었다.


삶의 즐거움을 찾아보기로 했다. 취미를 만들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세상을 알기 위해 독서를 시작했다. 책은 내게 위로를 건네기도 했고 자존감을 높여 주기도 했다. 미니멀리즘을 접하고 삶에서 중요한 것 무엇인지 돌아봤다.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반성했다. 그동안 나를 가두었던 소유와 인(認定)의 프레임에서 벗어났다.


더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하기로 했다.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지 알고 싶었다. '자아'를 찾으면 완전한 행복에 이를 거라 생각했다. 자아 실현을 위해 이런저런 일에 도전했다. 그런데 역시 세상은 만만하지 않았다. 생업과 자아를 모두 챙기기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충분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거란 결론에 도달했다. 시간의 부족은 역설적으로 시간에 더 매달리게 만들었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돈도 행복도 내 것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생산성을 높이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애썼다. 덕분에 평범한 일상을 잃었다.


이제 나는 '일상'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일상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그 일상을 유지하며 원하는 것을 얻을 순 없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내가 찾던 절대 반지는 없었다. 노력, 자아, 시간. 그 어느 것도 내가 찾던 하나의 답이 아니었다. 세상은 단순하지 않았다. 어쩌면 하나의 답만 찾아 나선 게 잘못이었다. 그것들의 균형점이 어디쯤 있을거란 추측을 하는 지금이다. 그토록 방황하고 그토록 애써서, 나는 지금에 도달했다.




당신은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가.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당신은 충분히 애썼으니까. 최선을 다했으니까. 당신은 존재만으로 이미 충분히 소중하니까.


이제 이 책을 떠날 시간이다. 떠난 당신의 앞에 더 행복한 날들이 놓이길 바란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사소한 시간이 가치있길 바란다. 그리고 덜 쓰거나 더 쓰는 날들이 이어지기를. 비로소 당신답기를.




|커버 사진|

Pixabay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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