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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Jul 06. 2020

내 마음만 지키면 돼요

똑똑. 누군가 상담실 문을 두드렸다.


  "네. 들어오세요."


드르륵. 상담실 문이 열리고 고개를 내민 사람은 다름 아닌 금희였다.




금희는 15년 넘게 학교에서 근무 중이다. 아이들이 좋아, 아이들과 함께 살기를 택한 그녀다. 어쩌면 금희에게 학교는 그녀의 전부다. 그런 금희가 상담실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안녕하세요."


밝은 미소를 지닌 상담사가 그녀를 맞았다. 긴장했던 금희는 마음이 조금 풀어지는 걸 느꼈다.


  "안녕하세요. 바쁘시죠? 그냥 한번 올라와 봤어요."


그냥 왔다는 말을 믿기 힘들 정도로 금희의 얼굴은 많이 상해있었다. 얼굴에 근심과 스트레스가 가득했다.


곧 따뜻한 차가 나왔다. 차를 마주하고 금희는 상담사와 마주 앉았다. 이런저런 얘기가 오갔다. 일상적인 얘기에서 시작한 대화는 어느새 금희의 속 이야기까지 끌어내고 있었다. 어느새 금희는 내담자가 되어 있었다.


금희는 아이들보단 어른들과의 관계를 힘들어했다. 동료 교사와의 관계, 학부모와의 소통 문제는 그녀를 괴롭혔다.


힘들어하는 금희에게 상담사는 말했다.


내 마음만 지키면 돼요. 인간관계는 그거면 돼요.


주륵. 금희의 눈에서 금세 눈물이 흘렀다. 엉엉. 그리고 소리 내어 울었다. 상담사는 아무 말 없이 금희의 손을 잡았다. 누군가 금희에게 ‘울어도 돼요’라고 말한 듯싶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따뜻한 차는 어느새 미지근해져 있었다. 그러나 아직 좋은 동료,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은 아직 금희의 자켓 뒷자락에 엉겨 붙어 있었다.




금희는 마음이 힘들면 또 찾아오라는 말을 들으며 상담실을 나왔다. 속이 후련했다. 계단을 내려오며 금희는 앞으로 내 마음을 지켜보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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