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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May 17. 2020

풀리지 않던 문제가 풀렸다

지난밤, 풀리지 않는 문제로 잠을 설쳤다. 떠나지 않는 그 문제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머릿속 생각을 도저히 떨치지 못해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다. 밤공기를 들이켜도 와인을 들이켜도 소용없었다.


곧 출간될 책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을까? 늦은 오후에 마신 커피 탓이었을까?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잠이 오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잠을 설친 적이 있었나 걱정하다 새벽 5시가 다 되어 잠이 들었다.


아침 6시에 한 번, 7시에 한 번 눈이 뜨였다. 오전 10시에 겨우 일어났다. 할 일이 가득하여 더 누워있을 수 없었다. 출근하지 않을 때 되도록 많은 출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일으켰다.


창밖을 보았다. 햇살이 보기 좋았다. 세상은 평온했다. 주말 내내 초조한 나와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세상의 온갖 걱정을 혼자 다 짊어지고 있는 나를 비웃듯, 새들의 지저귐이 경쾌했다.


나만 빼고, 세상은 평온했다. 그 평온함에 질투가 났다.




모자 하나 눌러쓰고 대문을 나섰다. 걷기 시작했다. 여름 냄새가 났고 날씨는 적당히 더웠다. 주말은 잔잔했다. 그 잔잔함에 몸을 맡기니 지난밤부터 이어지던 긴장이 조금 풀어졌다.


산책을 하며 풀리지 않던 문제의 작은 실마리를 찾았다.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할 때 산책은 큰 도움이 된다. 책상에서 해결되지 않던 일들이 쉬면서, 걸으면서 해결되는 경험을 종종 했다.


하나의 문제에 지나치게 골몰해 있을 때, 거기서 헤어 나오지 못할 때, 거기서 한발 물러날 필요가 있을 때, 분명 산책은 도움이 된다. 내 생각에 대해 생각해보고, 보다 객관적인 입장을 가질 수 있게 한다. 많은 철학자들이 일상에서 산책을 했다는데, 그들도 이러한 산책의 기능적인 측면을 활용한 게 아닐까 싶다.


친한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는 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작은 해답을 주었다.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었다. 그는, 내가 고민하는 만큼 아니 그보다 더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객관적인 시선은 물론이고 함께 해준다는 것 자체가 힘이 되었다.


나만 빼고 세상은 멀쩡하다는 사실에, 나를 생각해주는 이가 있다는 사실에 기운이 났다. 몇 시간 못 잤지만 썩 괜찮은 주말이었다.




당신에게도 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는가? 그렇다면 집 밖으로 향해보자. 일단 가볍게 나가보자. 그리고 생각나는 이에게 문자라도 하나 보내보자. 분명하지 않지만 확실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방문부터 나서보자.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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