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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May 15. 2020

제 얼굴이 좋아 보인다 합니다

최근 본 네 얼굴 중에서 제일 좋아 보인다. 편해 보여.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내게 말했다. 아, 그래? 내게는 조금 의외의 말이었다. 오늘따라 거울 속 나는 생기 없어 보였다. 어제 잠도 부족했고 피부는 푸석했다. 컨디션은 별로였고 조금 짜증스러운 하루였다.


그의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좋아 보인단 말을 누가 싫어할까. 정말 그런가 싶어 볼일이 급한 척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 속 나를 보았다. 뭐 그런 거 같기도 했다.


가짜 볼일에 다녀와, 대화 주제는 '왜 민재의 얼굴이 좋아졌는가'로 바뀌었다. 시답지 않은 주제로 열띤 토론을 했다. 금요일 저녁 스타벅스에서. 남자 둘이. 커피와 케이크를 앞에 두고 말이다.


첫 번째 가설은 '민재가 살이 쪄서 그럴 것이다'였다. 최근 살이 좀 붙긴 했다. 하지만 전에 더 살이 쪘을 때도 이런 느낌은 없었다고 했다. 지인의 입으로 나의 흑역사만 확인하고 이 가설은 폐기되었다.


다음으로 지인은, 네가 글을 써서 그렇지 않겠냐는 다소 낭만적인 이야기를 했다. 글쓰기가 너의 적성이 아니겠냐는 그의 이야기가 반가웠다. 적성에 맞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 삶의 만족도가 올라갈 테니 나름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나는 코로나의 영향에 더 무게를 두었다. 대면이 불편한 나, 사람 사이의 사귐이 불편한 나다. 비대면의 증가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내게 더 많은 혼자만의 시간을 선물해주었다. 종종 재택근무를 하기도 한다. 전보다 여유가 생겼음은 물론이다.


후덕함, 글쓰기, 비대면. 이 중 무엇이 내게 삶의 생동감을 주었을까? 조금 궁금하지만 굳이 각 가설을 증명해 보이고 싶진 않다. 아무렴 어때.


그저 편안하고 행복한 지금을 즐기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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