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과 동시에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명찰 달기. 나의 이름과 얼굴이 새겨진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목에 건다.
명찰을 매만지며 내 직무와 역할을 떠올린다. 가정에서의 역할을 지우고 직장에서의 직함을 단다. 기분 좋을 땐 약간의 자부심이다.
근데 희한하게도, 어느 순간 목이 묵직하다. 아침에 가벼웠던 명찰은 어느새 무겁다. 분명 한 줌의 무게도 되지 않을 텐데 말이다.
퇴근이 코앞이면 뭉친 어깨의 주범을 이 플라스틱 조각에 돌린다. 더욱이, 몸이 피곤할 때면 명찰은 족쇄가 된다. 항쇄(項鎖)라고 해야 하나.
오늘은 너무 열심히 칼퇴하는 바람에 명찰을 차고 퇴근했다. 누가 볼까 어서 명찰을 정리하고 지하철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