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민재 Jul 31. 2020

명찰의 무게

출근과 동시에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명찰 달기. 나의 이름과 얼굴이 새겨진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목에 건다.


명찰을 매만지며 내 직무와 역할을 떠올린다. 가정에서의 역할을 지우고 직장에서의 직함을 단다. 기분 좋을 땐 약간의 자부심이다.


근데 희한하게도, 어느 순간 목이 묵직하다. 아침에 가벼웠던 명찰은 어느새 무겁다. 분명 한 줌의 무게도 되지 않을 텐데 말이다.




퇴근이 코앞이면 뭉친 어깨의 주범을 이 플라스틱 조각에 돌린다. 더욱이, 몸이 피곤할 때면 명찰은 족쇄가 된다. 항쇄(項鎖)라고 해야 하나.


오늘은 너무 열심히 칼퇴하는 바람에 명찰을 차고 퇴근했다. 누가 볼까 어서 명찰을 정리하고 지하철에 올랐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나쁜 남편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