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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Jul 19. 2020

나는 나쁜 남편입니다

좋은 남편이고 싶었습니다

퇴근 후 같이 저녁을 차려 먹고

차분하게 그 날 하루를 정리하며

아내와 같이 잠자리에 들고 싶었습니다


한동안 그랬습니다

언제까지 그럴 줄 알았습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나는 대충 저녁을 먹고

내 방으로 내 서재로 갑니다

나는 검정 키보드 앞에 앉습니다


그러면 아내는

혼자 숨죽여 넷플릭스를 봅니다

키키득거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어떨 땐 각자 저녁을 때웁니다

작은 집은 조용합니다

글과 책을 쓴다는 이유로

나는 서재에서 내려오지 않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말합니다

이 집에 나 혼자 사는 거 같아요

나는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아내를 한 번 안아주고

나는 다시 서재로 향합니다


미안함 마음에 나는

같이 산책 가자고 합니다

아내의 얼굴이 오랜만에 밝습니다

소풍 나온 아이 마냥 폴짝 뛰어다닙니다


사소한 행복조차 말살된 아내의 저녁은

아마도 나 때문이겠지요




한 평의 서재에서 큰 꿈을 꾸는 몽상가

그가 필요하다는 큰 눈의 아내


그녀는

언제까지

혼자여야 할까요






*

퇴근 후 조금씩,

6개월을 준비하여

책 한 권을 만들었습니다.


나보다

더 많이 고생한

나의 아내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이 책을 보고

아내가 조금은 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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