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남편이고 싶었습니다
퇴근 후 같이 저녁을 차려 먹고
차분하게 그 날 하루를 정리하며
아내와 같이 잠자리에 들고 싶었습니다
한동안 그랬습니다
언제까지 그럴 줄 알았습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나는 대충 저녁을 먹고
내 방으로 내 서재로 갑니다
나는 검정 키보드 앞에 앉습니다
그러면 아내는
혼자 숨죽여 넷플릭스를 봅니다
키키득거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어떨 땐 각자 저녁을 때웁니다
작은 집은 조용합니다
글과 책을 쓴다는 이유로
나는 서재에서 내려오지 않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말합니다
이 집에 나 혼자 사는 거 같아요
나는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아내를 한 번 안아주고
나는 다시 서재로 향합니다
미안함 마음에 나는
같이 산책 가자고 합니다
아내의 얼굴이 오랜만에 밝습니다
소풍 나온 아이 마냥 폴짝 뛰어다닙니다
사소한 행복조차 말살된 아내의 저녁은
아마도 나 때문이겠지요
한 평의 서재에서 큰 꿈을 꾸는 몽상가
그가 필요하다는 큰 눈의 아내
그녀는
언제까지
혼자여야 할까요
*
퇴근 후 조금씩,
6개월을 준비하여
책 한 권을 만들었습니다.
나보다
더 많이 고생한
나의 아내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이 책을 보고
아내가 조금은 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one-roombooks/products/4981738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