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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Aug 23. 2020

터미널은 먹먹함을 먹고 산다

버스터미널은 모두 똑같다. 분주하게 이동하는 사람들, 그 사이로 뛰는 사람들. 수많은 사연과 인연. 가방과 보따리. 버스와 경유 냄새까지.


버스터미널은 모두 컨츄리 풍이다. 공간이 풍기는 느낌과 구성까지 그러하다. 그곳의 특수성 때문인지도 모른다. 수많은 삶과 일상이 교차하는 그곳에서 누구는 연인과 포옹하고, 누구는 양손에 김치와 마른반찬이 가득하다.


버스터미널은 모두 배고프다. 떠나는 사람들, 도착한 사람들, 기사님들까지도 배고프다. 빈 속을 채우기 위한 발길과 손길이 그득하지만 그들은 알고 있다. 아무리 든든히 먹어도 곧 허할 것임을.


만남, 헤어짐, 허기, 포옹, 아쉬움, 뒷모습, 낡은 의자, 승차권 뜯는 소리, 창밖의 손을 흔드는 네 모습이 모여 터미널이 된다.


만남은 헤어짐을 전제로 하지만, 헤어짐은 만남을 강제할 수 없기에 터미널은 누군가에게 시린 마음을 남긴다.


그렇게 터미널은 먹먹함을 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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