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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Aug 19. 2020

아내가 선별 진료소에 다녀왔다

어제부터 몸이 으슬으슬하다더니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아내가 선별 진료소에 다녀온 것이다. 검사를 받으러 가면서도 아니겠지 아니겠지 했지만, 나도 아내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렇게 아내는 직장에 연가를 쓰고 아침부터 선별 진료소로 향했다. 함께해주지 못해 미안했다.




미리 퇴근하고 집에 오니 아내가 도착해 있었다. 얼굴이 흙빛이었다. 내가 물었다.


  "뭐래? 결과 나왔어?"


  "아직, 기다리고 있어."


감염될 만한 동선이 겹친 것도 아니다. 아니라는 확신도 있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별 검사소로 향한 것이다. 감기라고 생각했다가 여기저기 옮기면 큰일이니까. 건강 염려증이라 해도 좋다. 불안증이라 해도 좋다. 코로나 시즌에 불안증도 조금은 필요한 것 같다.


내가 또 물었다.


  "코로나 검사는 어땠어?"


  " 번째 컨테이너에서 간호사가 주는 간단한 설문을 작성했어."


대학병원에 있는 선별 진료소였지만 병상 부족으로 컨테이너에 선별 진료소를 마련했나 보다. 두 번째 컨테이너도 있을 터였다.


  "그리고?"


  " 번째 컨테이너에서는 방호복을 입은 의사가 문진을 했어. 증상이 어떤지. 어디 어디 다녀왔는지. "


아내가 계속 얘기했다.


  " 번째 컨테이너에서는 '토 나오실 수 있어요' 이러더니 긴 면봉을 내 목 깊숙이 넣었어. 그리고는 '코피 나실  있어요' 이러더니  면봉을   깊숙이 넣었어.  코가 그렇게 깊은지 처음 알았어."


나는 상상하고 말았다. 자동으로 미간에 주름이 졌다. 그녀는 눈물이 찔끔 났다고 한다. 나는 고생했다고 그녀를 격려해주었다. 검사는 결과는 곧 문자로 받게 될 거라고, 그녀가 말했다.




기다리는 시간은 꽤 초조했다. 확진을 받으면 어떡하지? 자가격리해야 하나? 나도 선별 검사소에 다녀왔야겠지? 내 코와 목에도 긴 면봉이 들락날락하겠지?


띵동. 다행히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우리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앞으로 조심하자 다짐했다. 그리고 음성 판정 축하 겸 면역력 증진을 위해 거한 저녁 식사를 했다. 그리고 배가 꺼지도록 뇌리에서 이 말들이 맴돌았다. 토 나오실 수 있어요. 코피 나실 수 있어요.


제발, 코로나가 더 이상 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빨리 이 유행이 끝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가 당당하게 숨 쉬는 날이, 우리들의 콧구멍까지 당당한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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