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미리 죄송하단 말씀부터 드립니다. 오랜만에 글을 발행하면서 푸념에 가까운 얘기들을 쓸 작정이거든요.
지난 12월, 매거진 <일간 서민재>의 연재를 약속하고 124개의 글을 올렸습니다. 좋았던 일, 답답했던 일, 주워들은 에피소드, 일상의 작은 깨달음 등 저만의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을 굳게 믿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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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70일 동안 124개의 글을 발행했습니다. '일간'이라는 타이틀을 걸어놓고 지키지 못했네요. '격일간'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었으나 이마저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270의 절반은 135이니까요.) 실망하셨을 구독자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아. 애초에 기다리지 않으셨다고요? 아하하.
애정하는 이슬아 작가님의 <일간 이슬아>를 벤치마킹한 게 무리였을지 모릅니다. 제가 이슬아 작가님의 필력과 경험과 사유의 깊이에 미치지 못함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일간이라는 약속을 통해 스스로에게 글 쓰는 루틴을 강제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 작가님과는 달리 제 일간 연재는 무료 구독이었기에 자신 있었습니다. 나름 경쟁력이 있다 생각했죠. 그리고 지금에 이르렀네요. 대실패는 아니자만 대성공도 아닙니다. 아하하.
제가 원했던 건 무엇이었을까요? 수백 수천의 구독자? 하루에도 몇백 개씩 찍히는 라이킷? 아무래도 그랬던 거 같습니다. 숫자에 연연하지 말자고,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해놓고 저는 결국 숫자놀음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성장도 성과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저의 브런치 말입니다. 그래서 <일간 서민재>에 대한 회의가 들었습니다. 결국 제 생각은 여기까지 미쳤습니다.
지나치게 사적이고 주관적이며
개인 감상과 감성이 가득한 글을
매일 연재하는 게 정말 의미가 있을까?
아 정말 나약합니다. 스스로를 믿고 나아가도 모자랄 마당에, 저는 제가 걸어온 길과 저 자신을 의심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나름 진지했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의 의미를 계속 생각했습니다. 다시 정신을 차리기까지는 그렇게 오래 걸렸습니다.
제 인스타 계정에 누군가 이런 댓글을 남겨주셨습니다.
올해 제가 쓴 책에서, 바늘로 우물을 파듯이 글을 쓴다는 오르한 파묵의 말을 인용했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었죠. 언제나 나의 서재엔 바늘이 놓여 있을 것이라고 공언도 했고요. 그래서 저런 응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참 감사하고 고마운 일입니다. 잠시 바늘을 놓은 저는 다시 바늘을 쥐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바늘과 빈 화면을 외면하는 날들이었습니다. 하루는 어느 구독자분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구독자인 동시에 저의 가족인 그분이 말씀하셨습니다.
민재야, 왜 요샌 글이 안 올라오냐?
흠흠. 목소리를 가다듬고 대충 둘러댔습니다. 다른 일이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서둘러 전화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가슴이 철렁했지만 그날도 바늘을 쥐지 못했습니다. 글을 쓰지 않는 일에 점점 익숙해지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제. 최종 통보와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다른 구독자분의 말씀을 전해 들었습니다. 구독자인 동시에 제 아내의 친구인 그녀가 한 말을 전해 들은 것이었죠.
민재씨는 왜 요새 브런치에 글 안 올린대?
감사하고 무서웠습니다. 부족한 저를 기다려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했고 계속 피하기만 하는 제가 초래할 상황이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다시 용기를 냈습니다.
다시 생각합니다. 내일 자고 일어나 브런치 구독자 1000명이 된다면 저는 행복할까요? 글쎄요. 금방 익숙해져서 구독자 2000명인 작가님들을 부러워하겠지요. 라이킷 100개 찍히면 행복할까요? 잠시 기분은 좋겠지만 계속 글을 써야 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그저 흔들리지 않고 매일 글을 쓰는 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동요치 않는, 스스로에게 충실한 삶을 사는, 그런 작가였으면 합니다. 누가 뭐래도 말이지요.
아하하. 그래도 아마도 저는 내일 이 글 근처를 기웃거릴 것입니다. 조회수와 라이킷을 살피며 일희일비하겠지요. 그러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하건만. 뻔히 그럴 것을 압니다.
내일부터는, 매일 글을 쓰는 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