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 근처 호프집에서 저녁을 먹는데 뒷테이블이 신경 쓰였다. 그들끼리 수군거렸다. 호프집에서 맥주 한 잔 없이 떡볶이 안주를 시켜서 저녁밥으로 먹는 우리를 보고 수군거리나 싶어 귀를 기울였다.
에이 저거 떨어지지도 못해.
그들의 관심사는 우리가 아니라 유리창 너머였다. 그곳엔 사람들이 가득했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난간의 한 지점을 십여 명의 사람들이 둥글게 에워싸고 있었다. 무언가를 구경하지 싶었다. 경찰차도 한 대 있었다.
저거 또 저러네 저거.
저 멀리 보이는 다리에 자살하려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보이진 않았지만 정황상 그랬다. 뒷테이블 사람들은 아마 이 동네 사람들이고,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는 사람과 아는 사이이지 싶었다. '에이 저거' 그리고 '저거 또' 같은 말들이 저 사람과 이 사람들 사이를 짐작케 해주었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다리 난간에 서 있을 어떤 사람. 이름도 나이도 성별도 출신도 알 수 없는 그 사람의 자살 시도가 처음이 아니며 습관적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자꾸만 귀가 뒤쪽으로 쏠렸다.
하지만 뒷테이블 사람들은 더 이상 창밖을 바라보지 않는 듯했다. 그들의 시시콜콜한 사담이 이어졌고 술잔이 수시로 쨍쨍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안주용 떡볶이 지나치게 맵고 달고 짰다. 맥주 오백 대신 찬물 오백을 시켜 입을 식혀가며 먹었다.
다시 창 밖을 보았다. 둥글게 모였던 사람들은 흩어지고 없었다. 경찰차도 보이지 않았다. 화려하다 생각했던 다리의 야간 조명이 쓸쓸히 점멸하고 있었다.
.
.
.
별들은 울지 않는다
정호승
자살하지 마라
별들은 울지 않는다
비록 지옥 말고는 아무데도
갈 데가 없다 할지라도
자살하지 마라
천사도 가끔 자살하는 이의 손을
놓쳐버릴 때가 있다
별들도 가끔 너를
바라보지 못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