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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Sep 11. 2020

힘들다고 왜 말을 못 해?

긍정의 진짜 의미

퇴근 후 곧장 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아내에게 안겼다. 나 오늘 힘들었어요. 아내의 체온이 느껴졌다.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특별히 어려움 없는 하루였다. 크게 힘든 일은 없었다. 오히려 스무스하게 지나간 하루였다. 그렇다고 고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기운이 쭉 빠졌다.




옛날엔 힘들다고 말하는 게 싫었다. 나약함의 표식 같았다. 나약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힘들어도 괜찮다고 말했다. 나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말했다. 힘들다고 말하면 더 힘들어질 것 같았다.


괜찮다. 괜찮다. 힘들지 않다. 다 괜찮아질 거다. 강인한 사람이 되기 위해 긍정의 힘만 믿었다.


그러다 최근 긍정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되었다. 어느 세바시 강연에서였다.


긍적의 사전적 의미. (출처=세바시 유튜브)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게 긍정이라고 한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긍정이라고 한다. 그걸 이제야 알았다. 힘든 걸 힘들지 않다고 하는 게 긍정이 아니라, 힘든 걸 힘들다고 말하는 게 긍정인 것이다. 난 지금까지 거짓 긍정으로 나를 속이고 있었는지 모른다.


한창의 젊음을 지나서인지, 세상을 알아서인지, 나의 한계를 인지해서인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세상을 주변을 긍정하고 인정하게 된다.




아내에게 힘들다 말을 하니 마음이 후련했다. 절친에게 작은 비밀을 털어놓은 느낌. 이제라도 내가 나를 긍정해서 다행이다.


다시 더 나아갈 힘을 얻었다. 내일의 출근이 덜 두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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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한 영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z8NZMpl4PI

"긍정은 좋게 생각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좋지 않는데 좋다고 하는 것은 긍정이 아니라 왜곡이죠. 왜곡을 지나서 망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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