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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Sep 12. 2020

눈 앞에서 구독자 하나가 줄었다

바로 내 눈 앞에서

아침에 일어나 브런치를 확인한다. 잠들기 직전에 발행한 나의 브런치 글을 확인한다. 채널이 잘 크고 있는지 확인한다. 구독자 226명. 감사하게도 구독을 눌러준 많은 사람들. 감사하게 누가 나를 구독해주었을까. 눈 앞에 있다면 절이라도 넙죽, 커피라도 한잔 대접하고 싶다.


그들에게 실망을 드리지 않기 위해 글감을 찾고 글을 쓴다. 메모장을 뒤적인다. 기억을 더듬는다. 하나의 글감을 낚아 올려 이야기를 풀어간다. 작가의 서랍과 내 브런치를 왔다 갔다 한다. 전에 발행한 글과 오늘 발행할 글의 연결점을 찾으려는데, 그러는데… 구독자 225명. 갑자기 1명의 구독자가 증발한다.


그렇게 구독자 하나가 줄었다.


실시간으로 구독자가 준 것을 보니 마음이 요동친다. 더 좋은 글을 쓰려고 이렇게 애쓰는 와중에, 그 장면을 눈으로 확인하니 멘탈을 잡기 힘들다. 괜찮다. 괜찮다. 단 한 명을 위해서라도 글을 쓸 거잖아. 매일 글을 쓰는 게 즐거운 거잖아.


머리를 아주 세게 흔든다. 잠을 깨기 위해 얼굴에 묻혔던 찬물이 빗물처럼 떨어진다. 키보드에 떨어진 방울방울 물방울을 닦고 쓰던 글을 계속 쓴다. 혹시 이게 땀방울일까 생각하다 혼자 웃는다. 타이핑을 이어간다. 밖에는 비가 떨어진다.


숫자에 연연하지 말자. 그러지 말자. 생각해보면 숫자는 편리하면서 잔인한 도구다. 1등과 꼴등. 빵점과 100점. 사람들을 줄 세우기에 이처럼 좋은 도구도 없다. 너무나도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하기에 감성이나 주관이 개입되지 힘들다. 정량적 비교는 인간성을 지우기에 좋은 연장이다.


다시 작가의 서랍에 들어간다. 아까 쓰던 글을 이어서 쓴다. 집중하려 노력한다. 그런데 궁금해진다. 그 구독자가 원한 건 '내 글'이 아니라 '맞구독'이었을까? 아마 그랬는지도 모른다. 고개를 더 세게 흔든다.


그분이 굳이 구독취소를 눌렀다는 것은 나의 어떤 부족함 때문일 것이다. 글이 별로이거나 나의 소통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글이 별로라면? 글의 가독성을 높이고, 글의 주제를 일관적으로 유지하며,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을 발행해야 할 것이다. 소통 문제라면? 열심히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것이다. 하긴 내가 소통 능력이 좀 떨어지긴 하지. 오늘은 내 글만 쓰는 게 아니라 다른 작가님들 글도 많이 봐야지. 내 이야기뿐 아니라 남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내가 되어야지.


근데 그분은 누굴까?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 도저히 그분이 머리에서 잊히지 않아 이걸로 글을 써야겠다 생각한다. 그렇다고 떠난 님이 돌아올 리 없지만 말이다. 지금의 감정을 배설해야 마음이라도 편해질 것 같다. 아니 또 알아? 비슷한 경험을 가진 다른 작가님들의 공감을 살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다 조회수 대박 터지는 거 아냐? 제목을 더 자극적으로 가볼까?


그렇게 새 글을 하나 완성한다. 그리고 발행 버튼을 누른다. 욕망과 응원과 방황과 의미가 어지럽게 춤추는 작은 삶의 현장. 그곳에 나,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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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구독과 라이킷을 떠나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증말로요! 큰절 받으세요 큰절! ヽ(´∇` )ノ






https://brunch.co.kr/@banatto/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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