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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Sep 16. 2020

우리는 감수성이 필수인 시대에 살고 있다

위 학생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어릴 적 통지표에 이런 표현이 있었다. 나의 어떤 모습이 나를 감수성 풍부한 학생으로 보이게 했을까? 정확히 알 길은 없지만, 선생님들이 들려주신 어느 이야기에 눈물짓던 내 모습을 들킨 게 아닐까 싶다.


'감수성'이라는 말을 들으면 연상되는 단어들이 있다. 눈물, 감동, 감정, 문학, 시()나 소설 등. 대게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은 차분하고 정적인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감수성'이라는 말은 소극적이며 역동적이지 않은 무엇이 포함된 것 같은 미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감수성의 사전적인 의미는 다음과 같다.

감수성(感受性)
[명사]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


외부의 자극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감수성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은 자극을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사람이다. 감수성은 내 생각보다 더 진취적인 말이었다.






더 적극적인 감수성이 필요한 시대

감수성은 최근 다양한 곳에서 주목받고 있다. 소극적인 의미가 아닌 적극적인 의미로서 그렇다. 감수성은 더 이상 '문학적 감수성'의 의미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아마 여러분은 직장교육에서 이 중 하나 이상을 접해보았을 것이다. 인권 감수성, 성인지 감수성, 젠더 감수성, 환경 감수성. 각각 인권 문제, 성 문제, 환경 문제에 대한 감수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보통은 이것들을 키우자고 이야기한다. 인권과 성과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며, 이것들이 더 이상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개인의 권익은 엄청나게 성장했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 권익 역시 그러하다. 공존과 지속이라는 키워드는 환경 문제의 중요성을 부각한다.


OO 감수성


최근 감수성 앞에 붙는 '그 문제들'의 공통이 하나 있다. 인권, 성, 환경. 그것은 그동안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들에 대한 문제 제기라는 것이다. 경제성장 또는 권력만능에 치여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돌보지 못했던 문제들이다. 원래 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확실히 우리는 더 적극적인 감수성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적극적인 이런 감수성을 키우는 사람과 기업은 대중 또는 소비자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갈 것이다.



작가들에게도 필요한 감수성

이와 감수성 이야기를 꺼냈으니, 작가에게 필요한 감수성에 대해서도 적어본다. 여기서의 작가의 의미는 그저 글 쓰는 사람에 한정되지 않는다. 화가, 디자이너, 유튜버 등 콘텐츠 크리에이터 모두를 포함한다.


앞으로 작가들에게 필요한 감수성은 바로 '저작권 감수성'이다. 글, 사진, 영상 등 많은 콘텐츠가 디지털 세계로 넘어오면서 공유와 변형이 쉬워졌다. 또한 워낙 다양한 콘텐츠에 노출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저작권 침해하는 일도 있다. 작가들이 저작권 감수성을 키우고 여기에 날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가수 김태원이 다른 가수들의 음악을 듣지 않는 사실도 참고할 만하다.


독자와 이용자들의 저작권 감수성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툭하면 '이거 저작권 위반 아냐?'를 외치는 내 초등학생 조카만 봐도 그렇다. 농담이 아닌 진지한 문제의식을 탑재한 조카 덕분에, 나는 종종 나의 부족한 저작권 의식을 마주한다.






확실히 세상은 바뀌었다. 감수성이 필요, 아니 필수인 시대.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받아들일지 거부할지는 사실 내가 아니라 변화한 사회가 결정한다. 시대 변화에 따른 '적응'의 문제로 볼 수도 있겠다. 감수성은 변화를 수용하고 적응하는 사람이 갖게 되는 형질 인지도 모르겠다.


눈물 많던 풍부한 감성의 아이는 변화하는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더 적극적이고 다양한 감수성을 몸과 머리와 마음에 탑재하자고 다짐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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