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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Sep 15. 2020

한 치 앞을 모른다고 포기해야 할까?

긍정의 진짜 의미(2)

그런 시절이 있었다. 노력하는 만큼 성과가 나던 시절. 노력하는 만큼 이뤄지던 시절. 그 시절이 내게는 학창 시절이었다.


공부 열심히 하라는 엄마의 말. 그땐. 괜찮은 취업을 위한 조언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여기엔 또 다른 삶의 지혜가 있었다. 그 지혜는 바로, 공부만큼 정직한 일도 없다는 것! 노력하는 만큼 성과가 나오는 거의 유일한 일이 공부라는 것!


사회에 나와 처음으로, 공부 말고 다른 것들을 경험했다. 그 '다른 것'들의 공통점은 정직하지 않다는 거였다. 그 어느 것도 하는 것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묵묵히 한다고 성과가 나는 일은 많지 않았다. 묵묵함보다 인맥이 중요한 경우도 있었고, 실력보다 요령이 중요한 경우도 있었다.


내가 공들여 쓴 책을 홍보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브런치 글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도 그랬다. 성과와 성공은 생각만큼 쉽게 가까워지지 않았다. 엄마와 약속한 '기말고사 평균 90점'과는 차원이 다른 일들이었다.




예측이 불가능한 세상을 예측하려다 많이도 좌절했다. 노력한 결과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 한숨을 쉬었다. 아직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스스로를 자책했다. 그래서 더 노력했다. 하지만 눈 앞의 현실은 그대로였다. 애써도 결과가 나아지지 않는 것, 그게 참 힘들었다.


과거 모범생이었던 경험이 나를 망쳤다면 망쳤다. 공부가 세상의 전부라고, 원래 노력하는 만큼 보상을 받는 거라고 믿었기에 내 시야는 더욱 좁아졌다. 학창 시절의 섣부른 깨달음과 작은 성공은 나를 가두기에 충분했다.


'지금까지의 공부' 말고 또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공부했다. 책을 보고 강연을 듣고 여러 사람을 만났다. 그런데 금세 끝날 것 같던 세상 공부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세상은 공부 거리를 던져주었다. 결국 세상 모든 것을 배울 수는 없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이 세상은 원래 복잡하고
운이 난무하는 곳이다.


세상일에 정답은 없었다. 1 더하기 1의 답은 2가 아니다. 때로는 0이고 때로는 3이다. 어떤 일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예측은 경향성을 파악하는 것일 뿐, 미래를 내다보는 일이 아니다. 코로나19는 예측할 겨를도 없이 우리 곁에 다가왔다.


아, 세상에 운이 난무한다고 로또만 사는 우를 범하지 말길. 운의 흐름을 타는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만나는 사람들을 친절하게 대하고, 작은 일에 감사하고, 사소한 일에도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다.


정말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세상일이란 게 그렇다. 그래서 어쩌면 생은 힘들고 고달프다. 앞 일을 알 수 없기에. 하지만 이것을 받아들이면 새로운 삶이 펼쳐지기도 한다. 어차피 알 수 없으니 포기하잔 말이 아니다. 어찌 될지 모르니 지금 할 수 있는 찾아서 하자는 것이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세상. 그럼에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하는 이유는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는 성과와 성공의 경향성과 확률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현실을 긍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단, 이것이 100%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단 걸 기억하자.




*앞서 소개했던 세바시 강연을 다시 인용하며 글을 마칩니다.

삶이란 것은 정말 힘들고 어렵고 괴롭습니다. 좋은 것이 아닐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수용하고 (…) 그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삶은 참 괜찮아질 것입니다. -채정호
지금 현재 문제가 많을 수 있습니다. 그 문제가 많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것이야 말로 진짜 긍정입니다. -채정호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xz8NZMpl4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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