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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Sep 17. 2020

당신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나요?

내가 진짜 원하는 일

아래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당신이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당신이 싫어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당신이 잘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당신이 못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장/단점을 알고 있나요?


그리고,

당신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나요?


수십년간 살아온 나의 육신과 경험이 있지만, 나는 바로 여기 있지만 위의 질문에 답하기란 쉽지 않다. 질문을 던진 나부터도 쉽지 않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인지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인지 확신이 없다. 등잔 밑이 어둡다지만 등잔 속은 무엇이 있는지조차 모른다.


자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생각한다. 객관적으로 본다는 것은, 제3자의 입장이 된다는 것인데 이게 참 어렵다. 나는 나를 볼 수 없다. 검은 머리카락에 붙은 하얀 밥풀을 난 모른다. 녹음된 나의 목소리도 낯설다.


스스로의 재능과 흥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내게 맞는 일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래서 비극이 발생한다. 내가 원해서 선택한 직업인데, 힘들게 공부해서 도달한 목표인데, 해보니 아니더라는 탄식을 뱉는다. '자기이해'는 이렇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어느 축구 선수의 꿈

A는 축구 선수이다. 여자 축구 선수인 그녀는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축구를 했고 좋은 선수로 인정받는 삶을 살고 있다. 축구가 좋아 축구를 했던 삶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친구가 물었다.


  "꿈이 뭐야?"


방에 누워 발가락에 매니큐어를 발가락에 바른던 A가 말했다.


  "음… 파티셰!"


내가 수화기 너머의 친구였다면 뭐라고 말해줬을까. 단순한 농담으로 받아들였을까, 아님 안쓰러운 마음에 위로를 건넸을까. 그도 아니면 다른 가능성으로 친구를 바라봐주었을까.



여보 나 이 길이 아닌 것 같아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는 B는 매일이 바쁘다. 학생들을 지도하고 차량으로 픽업하고 도장을 홍보한다. 항상 바쁘지만 자신의 길을 의심하지 않았다. 체대입시를 준비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30년간 해온 태권도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삶의 수레바퀴에 치여 자신을 잃고 있다는 것을. 태권도는 전공일 뿐이었다. B는 태권도 자체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용기를 내 아내에게 이야기를 했다.


  "여보, 나 이 길이 아닌 것 같아."


그길로 B는 도장을 정리했다. 평생 해온 일과였지만 정리하는 건 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베이글 가게를 차렸다. 크진 않지만 밀가루 냄새 가득한 그곳에서, 크진 않지만 확실한 꿈을 꾸기로 했다.


이 길이 아니라면? 왔던 길을 되돌아가거나 다른 길로 가도 괜찮지 않을까.


나는? 그리고 당신은?

다시 묻는다.


  "당신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나요?"


내게 이 질문을 내게 한다면 나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아니오라고! 그리고 일년 뒤의 내게 또 이 질문을 한다면 나는 말하고 싶다. 그렇다라고!


당신은 어떠한가? 혼잡한 출근 지하철에서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나와 같을지 모르겠다.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 있나는 조언을 해줄 수 는 있는 내가 되길, 그리고 당신이 되길 기도한다.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극소수다. 스스로의 재능을 발견하기도 어렵고, 이걸로 먹고 살기는 더욱 어렵다. 덕업일치를 통해 자신의 일을 만든 사람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만든 사람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입을 모아 말한다. 시도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우리의 삶은 어쩌면 의미의 문제이다.


나도 나를 모른다. 이걸 인식하는데 부터 출발이다. 이 문제의식, 그리고 나를 알아가는 다양한 경험과 시도를 통해 스스로를 찾는 방법 밖엔 없다. 나도 나를 모르지만, 나를 알려줄 수 있는 건 나 자신 뿐이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작가의 다른 글

https://brunch.co.kr/@banatto/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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