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는 분이세요?
참다못한 미용사가 내게 물었다. '미용사'라는 말보다 '헤어 디자이너'가 더 어울리는 세련된 젊은 미용사였다. 내가 이 미용실을 다닌 지 육 개월 정도 되었으니 그가 물어볼 때도 된 것 같았다.
항상 같은 시간에 컷트를 예약하고 항상 같은 스타일을 주문하는 남자. 매번 다소곳이 안경을 벗어놓고 조용히 정수리를 내어주는 남자. 파마 한번 해보라는 권유에 씨익 웃기만 하는 남자. 어쩌면 그동안 미용사는 이 남자가 궁금했을지 모른다.
나는 망설였다. 뭐라고 말할까. 호구조사를 당하면 항상 망설인다. 나의 답변이 나 스스로를 틀에 가두는 느낌이 들기에 그렇다. 그냥 둘러댈까 하다가 나를 '글 쓰고 책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전업 작가도 아닌 주제에 그냥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예상 밖의 답변이었는지, 그가 잠시 가위질을 멈추었다.
곧 다시 가위질을 시작했다.
읽는 것도 힘든데…
쓰는 건, 어후!
'작가'라는 말이 주는 무게가 싫어 글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했건만 소용없었다. 미용사는 책을 잘 보지 않아 그 분야는 전혀 모른다면서 몇 가지 질문을 내게 던졌다. 책이 시중에 있나요? 네. 몇 권 쓰셨어요? 두 권이요. 그럼 인터넷에 치면 나와요? 네. 와 그럼 유명인이시네요. 아니 그건 좀.
컷트를 마치고 샴푸실로 이동했다. 미용사가 이전보다 머리를 더 오래 감겨주는 것 같았다. 두피도 더 힘껏 눌러주는 느낌이었다. 내가 더 어려운 손님이 되었나? 괜한 소리를 했나 싶었다.
그러니까 취미로 하시는 거죠?
나의 짧은 작가 경력과 '글 쓰는 사람'이라는 애매에 답변에 그가 이렇게 물었다. 그가 보기에도 지금 내가 퇴근 후 하고 있는 일을 업(業)으로 보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취미를 가진 내가 부럽다고 했지만 나는 서운했다. 글 쓰는 일을 내게 취미 이상의 무엇이다.
그 취미를 업으로 삼고 싶어요.
결국 나는 이 말을 내뱉었다. 매일 퇴근하고 글을 써도 당장은 취미지만, 10년 뒤를 바라보며 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폭탄 발언에 가까운 나의 고백이었다. 10년이라는 시간은 내 큰 뜻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그가 한번 더 가위질을 멈출 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답변은 뜻 밖이었다.
*내일 아침에 다음 글이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