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
사실 그 미용사가 놀라면 어쩌나 걱정했다. 10년 정도 나중을 바라보며 글을 쓰는 내게 작은 찬사를 보낼 거라 생각했다. 10년이란 시간은 내 큰 뜻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그가 또 가위질을 멈출 줄 알았다.
10년이요? 생각보다 짧네요?
뜻밖이었다. 그는 10년을 바라보는 나의 장기적 관점에 놀라지 않았다. 가위질을 계속하며 오히려 짧지 않냐고 되물었다. 머리를 뭔가로 맞는 기분이었다. 아 그런 것도 같네요. 대충 얼버무리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 나의 표정은 꽤 복잡해 보였고 머리카락 역시 헝클어져 있었다.
아마도 그는 모르는 것이다. 내가 매일 얼마나 두려움과 마주하며 글을 쓰는지. 새하얀 화면을 마주할 때 얼마나 막막한지. 머리를 깎으면서도 글감 생각뿐인 나의 머릿속이 얼마나 복잡한지.
10년이라는 시간은 분명 짧지 않다. 10년 전 나는 대학생이었고, 더 10년 전 나는 중학생이었다. 10년이라는 시간 단위로 돌아보면 내 삶은 크게 변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365일이 10번 반복되는 시간에 대한 정확한 감은 없었다. 그저 시간의 힘에 대한 믿음, 그리고 스스로 꾸준하자는 다짐, 이 정도였다.
만약 그의 말대로 10년이 짧다면 얼마나 먼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20년 후? 30년 후? 환갑을 넘어 책상에 앉아 브런치 글을 쓰고 있을 나를 떠올린다. 그동안 꾸준히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면 구독자도 꽤 많겠지? 글쓰기도 조금은 쉬워졌을 거야. 중간중간 출간 제의도 받았을 거고. 백발이어도 여전히 헤어스타일은 그대로일까.
이미 많이 알려진 일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한 분야의 대가가 되려면 10,000시간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한 시간과 성과는 비례하지 않기에 이 단순한 숫자로 세상의 모든 성공을 설명할 순 없지만, 우리가 참고하기엔 충분히 의미가 있다. 따져보면 하루 1시간을 투자해 10,000시간을 만들기 위해선 27년이 걸린다. 10년이란 시간이 정말 짧을지도 모르겠다.
일만 시간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나는 앞으로 이렇게 하면 된다. 10년 간 매일 2시간 45분의 집필 시간을 확보하거나(하루 2.74시간*365일*10년=10,001시간), 진짜 30년간 꾸준히 조금씩 글을 쓰거나(하루 1시간*365일*27.4년=10,001시간) 하면 되는 것이다. 전자는 업에 후자는 취미에 가까울 거다.
단 이 시간들은 단순히 '쓰는 시간'을 넘어 의식적으로 글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 분명했다. 글을 쓰면서도 매너리즘이나 형식에 빠지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독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변화하는 사회에 대한 촉을 세우는 건 물론이다. 요즘 나의 결론은 항상 같다. 꾸준할 것.
그 덕분에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더 명확해졌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조금 편안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새 단정해진 머리가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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