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이다.
우리는 처음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처음은 순수하다. 감히 손을 대기 망설여진다. 그래서 설렌다. 처음의 순수함과 설렘은 소수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첫키스의 기억은 강렬하고 첫눈은 매년 뉴스거리가 된다. 무엇보다,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처음의 속성이 우리를 처음에 집착하게 만든다.
오늘은 생각보다 그저 그랬다.
올해의 첫 아침 식사는 평범했다. 첫 말다툼도 여전했으며, 나 역시 여전했다. 올해의 첫 독서는 지루했고, 첫 달리기는 나쁘지 않았다. 달리기 후 샤워는 역시 달콤했다.
2021년의 첫날. 거창한 계획 없이 평범한 날이었다.
그나저나 처음이 지나가는 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