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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Jan 19. 2021

학생, 아저씨 얘기 좀 들어볼래?

거기 주저앉아 있는 학생,
아저씨 얘기 좀 들어볼래?





왜 그러고 있어.

날도 추운데… 방학인데….


참,

모든 게

생각 같지 않지?


어떤 어른들은,

어린 네가 뭐 얼마나 힘들겠냐고

공부만 하면 되지 않냐고

쉽게 말하지만


너도 힘들지. 그럴 거야.


불안하고 답답하고

미래는 보이지 않고

그럴수록 더 불안하고….

네 하루가 그럴지도 모르겠어.


그들은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

자신이 너만 할 때 어땠는지를.





괜찮아.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어.

성장 의지와 동력을 잃는 때가 있어.



아저씨가… 그럴 때 좋은 방법 알려줄까?



음… 첫 번째, 일단 잘 먹고 잘 자야 해.

너무 당연한 소리 말라고?

아 그렇다면 미안.


근데 이게 중요해.

일단 몸을 챙겨야 돼.


편의점 음식 그만 먹고 밥 잘 챙겨 먹어.

잠도 푹 자고 일단 좀 그래 봐.

그럼 기분이 좀 나아질 거야.


엄마 잔소리와 다를 게 없다면

한 번 더 미안.


근데 사실 나도 뭐

너희 엄마 또래 아니겠니.




그리고 다음은, 너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키기.

네가 무언가 하려고 한 거 있잖아?

그거를 하는 거야.


아 오해는 하지 마.

그냥 공부나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야.


자신과의 약속은

공부일 수도 있고, 운동일 수도 있고,

노래나 그림, 베이킹 연습일 수도 있어.


아저씨는 너의 그 약속을 몰라.

네가 너 자신과 어떤 약속을 했는지 몰라.


그 약속은 네 안에 이미 있을 거거든.

그거를 조금씩 해보는 거야.

아주 조금씩.


처음부터 무리하진 마.

분명 지칠 거야.

그러니 조금씩.


나와의 약속 같은 거 없다고?


그럼 뭘 하고 싶은지,

뭘 약속하고 싶은지,

물어봐.


누구한테?

주저앉아 있는 너한테.




마지막, 누구나 그렇다는 것을 아는 것.

사실 다 불안하고 다 미래를 걱정해.


네 친구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의 삶도 생각 같진 않단다.


그래도 다들,

조금씩만 슬퍼하고 또 살아가는 거야.

용기를 갖고 희망을 갖고 주변을 돌아보며.


사실 아저씨도

어제까지 주저앉아 있었어.

다시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어.


아저씨도 언제 또 주저앉을지 모르지.


하지만 괜찮아.

다시 일어설 거거든!


얼마든지 다시 일어설 거기 때문에

또 주저앉는 게 두렵지 않아.


그리고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는 게

조금의 위안이 돼.


안도감보다는 그런 거지,

동질감.


내 삶이 잘못된 게 아니구나.

다들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다들 그러니까

나 혼자 낙심할 필요는 없겠구나….




잘 먹고 잘 자기.

자신과의 약속 지키기.

누구나 그렇다는 걸 알기.


이 정도만 기억해줄래?

그럼 잠시 주춤하더라도

결국 나아가게 되어 있어.


정말이야.

아저씨가 약속할게.







어때?
아저씨 얘기가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또 불안하거나

또 주저앉고 싶거나 그러면

그도 아닌데 그냥 떡볶이 먹고 싶으면


그러면 다시 아저씨 찾아와.

힘이 나는 떡볶이 사줄게.


언제든지 말이야.



 어젯밤 누군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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