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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May 22. 2021

이번 여름엔 얼굴을 좀 태워야겠다

핸드폰 메모장을 열어 여름이라고 검색했다. 몇개 없는 여름의 조각 중 하나를 열었다.



삼일 만에 집을 나섰다 

여름 냄새가 났다 


습한 기운과

풀 내음이 강하게 났다 


별로였다

금방 여름이 왔단 생각에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에


어쨌든

여름을 잘 나봐야지 



작년. 그러니까 지난 여름에는 여름이 온 줄도 몰랐다. 수일간 어두운 방 안에 틀어박혀 있다가 마지못해 마주한 여름은 달갑지 않았다. 나만 빼고 열일하는 것들은 내게 패배감을 안겨준다. 여름을 잘 나겠다는 말은 마지못해 한 말이었다.


언제나 그랬듯 여름은 평소처럼 왔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마주하는 마음의 문제였을 것이다. 그랬다. 사실 내 마음이 힘들었다.






집 밖으로 향했는데 새로운 세상에 펼쳐질 때가 있다. 마법같이 가로수가 변해있거나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때가 있다. 이것을 알고 나서는 자주 집을 나서려 한다.


쇼핑이 아니어도 괜찮다. 드라이브가 아니어도 좋다. 오분만 아니 일분만 걸으면 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그래도 나는 밖으로 향한다. 나를 환기하기 싶어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싶어서. 이 기분을 탈탈 털어버리고 싶어서. 내 삶을 사랑하고 싶어서.


누가 뭐래도 여름이다. 이 여름엔 더 자주 밖으로 향할 것이다. 햇볕에 좀 그을리더라도 그렇게 할 것이다. 얼굴을 태우며 이 계절을 즐길 것이다.









언제부턴가 집에만 있는 게 갑갑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밖으로 향합니다.

걸으면 정말 좋거든요.


대충 입고 밖으로 향해보세요. 세상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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