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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May 17. 2021

나는 아직 사랑을 모른다

많이도 시기하고 많이도 질투한 날이 있었다. 나 빼고 다들 잘 나가는 거 같았다. 나보다 잘난 사람들만 보였다. 내가 가진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만 눈에 들어왔다.


남이 가지면 그만큼 내가 가지지 못한다고 믿었었다. 다 함께 잘 살 수는 없다는 믿음. 네가 일등이면 나는 이등이나 삼등 밖에 못한다는 생각. 앞으로도 계속, 이런 것들과 싸워야 한다면 그 길을 택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사랑을 믿게 되었다.


요가의 최종 단계는 사랑이라고 한다. 신은 네 주위를 사랑하라고 말한다. 어느 작가는 이 세상의 근원도 해결책도 결국 사랑이라고 강조한다. 모든 것의 궁극이 사랑이라니,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함께 기뻐하는 것. 기꺼이 나누는 것. 어려움을 함께하는 것. 당신을 공감하는 것. 받아들이는 것. 샘내지 않고 축하해주는 것. 진짜 나를 보여주는 것. 진심으로 내보이는 것. 자만하지 않는 것. 겸허하는 것. 당신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 것. 기다릴 줄 아는 것. 믿어주는 것. 조금 더 참아주는 것. 걱정해주는 것. 그리고 설레는 것.


자기 삶을 사랑하는 것. 당신이 당신 삶을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누군가가 배고프지 않기를 바라는 것. 빗길에 당신을 바래다주는 것. 이유가 없는 것.


뭐 이런 것들.




나는 아직 사랑을 모른다. 요가 매트 위에서도 신 앞에서도 아직 온전한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그것들을 사랑하기엔 아직 충분히 부족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모든 것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라고 일기장에 써넣을 뿐이다.






* <일간 서민재>의 다른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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