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불빛이 보였다. 네모 반듯한 아파트. 그리고 그 속에 알알이 박힌 불빛들.
우뚝 선 도심의 아파트는 누군가의 삶이었다. 그 불빛 하나가 누군가의 전부이고, 누군가의 쉼터였다. 저마다 억 소리 나는 누군가의 전재산이었다. 저토록 작은 불빛이 우리가 원하는 삶이라니 탄식조차 나오지 않았다.
정호승 시인은 서재 한쪽에, 우주에서 본 작은 지구 사진을 붙여 놓는다고 했다. 그 사진을 보며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며, 우리가 싸우는 것은 우주에서 보면 정말 보이지도 않는 것들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고 했다. 우주의 모래알 같은 지구, 그리고 그 모래알 속 보이지도 않을 불빛.
아등바등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한다. 멀리서 보면 이토록 작고 사소할 수도 있는 것. 하지만 그 안에서는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 양 살아가는 사람들.
우리들. 결국 우리들이다. 나는 당신과 다른 사람인 것처럼 말하지만 결국 우리들이다. 누구보다 객관적인 양, 무슨 신이라도 된 것인 양, 모든 것을 초월한 것인 양 말하지만 곧 나도 저 불빛 속으로 들어가려는 참이었다.
그 안으로 들어가 그 누구보다 눈앞에 이익에 물불 안 가리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내 모든 것을 던질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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