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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May 26. 2021

아주 작은 우체국

더 작은 우체국이 있을까 싶었다.


창구에 직원 하나. 그리고 중앙에 자리 잡은 국장님 자리 하나. 작은 우체국도 국장님은 계셔야 하나보다.


국장님은 골똘히 모니터를 보고 계셨고, 창구 직원은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가며 일을 했다. 전체 직원은 둘인데 실무를 처리하는 건 한 명이었다.


그 직원은 혼자서 내 우편업무를 처리해주었고, 곧이어 들어온 아저씨의 은행업무를 처리해주었다. 할아버지를 대신해 팩스를 보내줄 때도 있었고, 손에 흙이 가득한 할머니가 딸에게 보내는 농산물 택배를 같이 포장해주기도 했다. 업무 창구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그녀는 바빠 보였다.


그래서인지,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직원은 업무 처리가 매우 신속했다. 전국으로 발송하려 내가 가져간 20건의 소포도 순식간에 처리해주었다. 싫은 기색 하나 느낄 수 없었지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다음부터 발송 건이 많을 때는 더 큰 다른 우체국으로 가야겠다고. 돌아가더라도 그렇게 해야겠다고.


다행히 그녀는 즐거워 보였다. 우체국 유리문 바깥으로 보이는 논밭이 조용했다.


아주 작은 우체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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