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스펙 고졸에서 연봉 17억의 콘텐츠 기획자로
유튜브는 이제 1인 미디어 방송계를 넘어 TV 방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JTBC의 ‘랜선라이프’를 비롯하여 유튜브 스타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 전반에서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흔히 ‘비주류’라고 치부되던 인터넷 1인 방송의 TV 방송 진출 사례는 이전에도 있다. 바로 인기 크리에이터 대도서관(본명 나동현)이다. 그는 2016년부터 1년간 EBS 진로·직업 소개 프로그램 '대도서관 잡쇼'의 메인 MC로도 활약했다. 1인 크리에이터가 공중파 MC를 맡게 된 첫 사례였다. 대도서관은 이 방송에서 MC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기획에도 참여했다.
대도서관, 그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많다. 대한민국 1인 방송 개척자, 1인 미디어 시장의 슈퍼스타, 모범 유튜버의 표본 등. 그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크리에이터이다.
게임 방송으로 시작해 공중파 방송 MC까지 진출한 대도서관. 고졸에 스펙도 없던 그는 어떻게 1인 미디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을까? 33살에 첫 개인 방송을 시작해 한 해 매출 17억을 달성하기까지. 스스로 본인은 흙수저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밝히는 대도서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위대한 모든 사람들이 처음부터 위대하진 않았다. 출생과 동시에 금수저 일수는 있어도, 출생과 동시에 위대할 수는 없다. 금수저라는 배경이 위대함과 한 사람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흙수저라는 상황이 개인의 실패를 결정짓는 건 아니다.
대도서관도 처음부터 위대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게임 콘텐츠를 방송하는 성공한 1인 크리에이터이지만 어린 시절에는 게임 한 번 하기도 쉽지 않았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이었다.
중학생 대도서관은 원하는 게임기를 사달라는 투정을 부리는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았다. 일주일에 한 번 게임기를 가진 친구 집에 놀러가거나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게임 전문 잡지에 실린 기사를 읽고 또 읽으며 상상의 게임을 했다. 빈 종이에 자신만의 게임을 그리기도 했다.
고등학생이 되자 용돈으로 겨우 게임기를 살 수 있게 되었다. 게임의 각 단계를 해결해 나가면서 성취감과 기쁨을 느꼈다. 게임을 어려워하는 친구들을 위해 공략집을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기도 했다. 일종의 ‘게임 컨설턴트’ 역할을 한 것이다. 친구들에게 게임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대신 플레이를 해주었다. 덕분에 대도서관은 그 시절 여러 게임을 경험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영화와 애니메이션, 게임에 빠져 2년을 보냈다. 매일 서너 편 이상의 영화를 보며 90년대 영화는 대부분 섭렵하게 되었다. 수많은 영화를 접하다보니 나중에는 화면구성, 조명, 배우들의 연기 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영화 제작자의 꿈을 꾸기도 했다. 이 경험은 그가 콘텐츠 기획자로서 영상을 기획 및 연출하는데 밑바탕이 되었다.
학창시절을 게임과 함께한 청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게임과 영화에 빠져 2년을 보낸 청년. 이 청년은 과연 ‘쓸데 있는 짓’을 한 것일까? 대도서관은 자신의 책 <유튜브의 신>에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쓸데없는 짓이나 하고 다닌다며 손가락질 당해본 사람만이 해줄 수 있는 충고다. 지금 아무것도 아니라고 해서 영원히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라고, 남들 눈에 쓸데없어 보이는 일도 내게는 또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일일 수 있다고, 스스로 그렇게 믿어야 한다. 그게 백수 시절 2년 동안 내가 배운 것이다.
어찌 보면 쓸데없는, 단순히 재미를 추구하는 일들의 연속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게임이 주는 재미와 쾌락을 넘어 열정적으로 게임을 했다. 게임 초보들에게 조언을 해주었고 친구들 사이에서 전문가가 되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게임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결국 그는 게임 콘텐츠 방송으로 성공했고 ‘쓸데없는’ 일은 ‘쓸데 있게’ 되었다. 성공을 통해 어린 시절의 경험도 자기 성장의 발판이 된 것이다.
세상에 쓸데없는 일이란 없다. 우리가 보고 듣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의미가 있다. 우리는 사소한 일상에서도 새로운 경험에서도 무언가를 배운다. 실수에서도 배운다.
대도서관은 군대를 제대한 후에 세이클럽 라디오 방송을 통해 또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공중파 라디오와 같은 형식이었지만 일반인이 DJ를 한다는 점이 그의 관심을 끌었다. 일주일에 4일, 저녁에 2시간씩 가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DJ가 되었다.
라디오 방송은 콘텐츠 소비자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면에서 1인 미디어 방송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그는 음악방송 DJ를 하며 실시간 방송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목소리가 좋다는 평가도 받았다. 자신의 끼를 처음으로 확인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가 자신 있게 1인 미디어에 도전할 수 있게 만들어준 또 하나의 발판이 되었다.
이후 인터넷 강의 관련 IT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비록 아르바이트였지만 적극적으로 일하다 보니 종종 회의에도 참석하며 ‘기획’의 중요성을 배우게 되었다. 몇 개월이 지나 능력을 인정받아 정식 직원으로 채용이 되었다.
정식 직원이 되고 처음 맡은 업무는 인터넷 강의를 촬영하고 편집하는 일이었다. 경험은 없었지만 할 수 있다고 했다. 독한 마음먹고 관련 지식과 프로그램 사용법을 익혔고 다양한 세미나에 다니며 공부를 했다. 결국 완벽하게 사내 미디어 팀을 결성했다.
학창시절부터 했던 수많은 게임, 2년간의 다양한 영화 감상, 제대 후 라디오 방송 진행 경험, 취업 후 배운 기획의 중요성, 촬영 및 편집에 대한 공부까지. 그 삶을 채운 모든 경험이 지금의 대도서관을 만들었다. 과거의 모든 경험이 지금의 대도서관을 있게 했다.
성공에 있어 개인의 타고난 배경도 중요하지만 그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경험을 하는지도 매우 결정적인 요소이다. 사실 배경이 중시되는 이유 중 하나는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경험을 하는지’가 배경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대도서관은 흙수저였지만 배경을 탓하지 않았다. 그는 다양한 경험을 기회로 삼았다. 직면한 경험을 성장의 동력으로 바꾸었다. 모든 경험을 자기 성장의 발판으로 만들었다.
대도서관이 거의 모든 경험을 자기 성장의 발판으로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 이유를 그의 ‘질문하는 태도’에서 찾는다. 그는 경험이 그를 스쳐지나가게 놓아두지 않았다. 끊임없이 질문했다.
대도서관은 하나의 게임을 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쉽게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을까?’ 질문했다. 백수 시절 영화를 볼 때에는 ‘내가 제작진이라면? 내가 배우라면?’ 등의 질문을 수없이 반복했다. 라디오를 들을 때에도 ‘내가 라디오 방송 PD라면?’ 등을 고민했다.
그는 게임을 할 때도, 영화를 볼 때도, 라디오를 들을 때도 질문을 했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상황을 시뮬레이션 했다.
질문은 단순히 대답을 얻기 위한 수단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질문을 통해 생각할 기회를 갖는다. 질문은 생각을 자극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게 한다. 아이디어는 꿈과 미래에 대한 것일 수도, 새로운 사업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또한 질문은 자신을 이해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도구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진짜 중요한 것’,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럼 대도서관이 했던 많은 질문 중 가장 결정적인 질문은 무엇이었을까?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정규직이 된 그는 몇 년간 신나게 일했다. 그러나 곧 학력으로 인한 한계에 부딪혔다. 그는 고졸이었고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학력을 탓하며 술을 퍼마시는 대신 질문을 했다.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다.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국내외 동향을 파악하고 창업 공부도 했다. 그가 찾은 답은 스스로 브랜드가 되는 것이었다. 배경, 학력, 자격증 등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이름 석 자를 브랜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때마침 인터넷 생방송이라는 플랫폼이 대도서관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라디오 방송 DJ 경험을 살려 여기에 도전했고, 이 도전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의 도전은 ‘질문하는 습관’이 없었다면 시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질문은 자신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고졸 회사원 나동현 대리가 게임 방송을 통해 스스로를 브랜드화하고, 국내 미디어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처럼.
대도서관은 방송 초기부터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깨끗한 방송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솔직함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갔다. 인터넷 방송을 대중화시키겠다는 그의 진심은 이제 현실이 되었다.
이외에도 그는 변화의 흐름을 잘 파악했다.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했다. 꿈 많던 청년은 결국 꿈을 이루었다. 개인의 노력으로 성과를 낸 그의 모습은 이 시대의 희망이 되고 있다.
대도서관 TV는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그는 2015년 엉클대도라는 법인을 만들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키즈, 푸드, 토크쇼 등 채널 다각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 계획도 진행 중이다. 무스펙 고졸의 퍼스널 브랜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