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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Jan 08. 2020

혹시 내가 꼰대는 아닐까?

꼰대가 되어가는 내가 무서웠다

나는 30대 중반이다.


30대 중반. 젊음과 연륜의 중간 어디쯤 위치한 나이가 아닐까 싶다. 젊다고 하기엔 20대에게 미안하고, 늙었다 하기엔 40~50대에게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그래서일까. 세대 간의 중간다리 역할이 주어지기도 한다.


언제까지나 젊고, 푸르고, 트렌드에 민감할 줄 알았다. 하지만 30대 중반에 들어서자 영원한 건 없다는 명제를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몸의 변화는 물론이고 생각과 가치관도 변했다.


아니다. 내 가치관은 그대로인데,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 등장했다고 하는 편이 맞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전에는 (나를 기준으로) 윗세대와의 세대차이를 경험했다면, 이제는 아랫세대와의 세대차이를 겪는다.


처음에는 "요새 애들 참 이상해" 하고 넘겼다. 별로 대수롭지 않다고 여겼다. 그런데 대수롭지 않은 일이 잦아졌다. 결국 대수로운 일이 되었다. 나보다 어린 협력업체 직원의 가벼움이 불편하고, 거리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의 철없음이 눈에 밟혔다.


그들만을 탓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 꼰대가 되어가는 걸까?


갑자기 무서웠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꼰대가 되어간다니.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는, 우리 세대가 싸잡아 욕하는 그런 어른이 되어간다니. 지금의 10~20대에게 나의 말과 행동과 생각이 어떻게 보일지 반성했다. 그들의 생각과 나의 생각 중에서 절대선이 있는 것인지 돌아봤다.


꼰대 테스트를 찾아보았다. <꼰대 김철수>라는 책에서 꼰대 체크리스트 15를 제시하고 있었는데, 나를 뜨끔하게 하는 문항들이 꽤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꼰대가 될 것 같았다.


지난 글 『 꼰대가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에서 꼰대란 자신의 잘못된 주장으로 스스로의 잘못된 생각을 강화하는, 자기가 꼰대란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했었다. 내가 이런 사람이 된다니 끔찍했다.


대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급한 대로 대책을 세워보았다. 각자의 '입장'과 '존중'이라는 키워드를 머릿속에 새기며 아래와 같이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1) 나의 생각이 항상 옳은 것 아니다. 나는 소중한 사람이지만,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2) 사람을 나이로 판단하지 말자. 후배, 동생, 학생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서 대우하자.

  3) 어리다고 그들의 가치관과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4) 만약 잘못이 있다면 변명하지 않는다.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사과한다.

  5)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내가 꼰대가 아닌지 끊임없이 돌아본다.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 애쓸 것이다. 나이 든 사람일수록 꼰대가 많다. 이는 잘못(잘못된 생각이나 주장)으로 잘못을 강화하고, 본인의 입맛에 맞는 경험과 사람과 생각을 선택적으로 수용한 결과일지 모른다. 나이가 들수록 노력해야만 꼰대가 되지 않는 것이다.


모든 꼰대가 처음부터 꼰대는 아니었을 거다. 그들에게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다. 서로 다른 세대끼리, 서로 다른 '그럴 만한 이유'를 찾아주는 건 너무 이상적인 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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