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이야기 1
천천히 걸어보았다. 몸조리가 필요한 아내의 느린 발걸음에 맞추어보았다. 느린 걸음,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런데 쉽지 않았다. 빠르게가 되면 느리게는 쉽다고 생각했다. 나는 거의 항상 빠르게 걸어온 사람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느리게 걷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라 생각했었다.
자꾸만 걸음이 빨라졌다. 천천히 걷자 마음먹고, 천천히 걷자는 아내의 부탁에도 자꾸만 빨라졌다. 천천히 걷는 건 정말 쉽지 않았다.
그동안 너무 빠르게 살아온 건 아닌지,
너무 빨리만 걸어 다닌 건 아닌지 생각했다.
어느 책에서 그랬다. 누구도 쉬지 않고 계속 걸을 순 없는 것이라고. 마찬가지다. 누구도 쉬지 않고 빠르게만 걸을 순 없을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아주 천천히 걸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