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가 알려준 습관에 대한 깨달음-행동 강화
직접 몸으로 뛰면서 겪은 이야기다.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풀어내려
애쓰고 있는데,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본 콘텐츠는 한 달, 100km를 달리며 내가 배운 것들 (1)에서 이어지는 글이다. 시간이 없는 분들을 위해 앞선 글을 5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목표가 있어야 한다
2. 역산 스케줄링은 유용하다
3. 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4. 임계점을 넘는 노력이 필요하다
5. 목표치를 조금씩 높이면 수월하다
(…라고 정리는 했지만, 그냥 읽으면 너무 뻔한 내용이라 앞선 글을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여기에 이어서, 이번 글에서도 '달리기가 알려준 행동과 습관에 대한 깨달음'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한 달에 100km를 달리며 깨달은 내용이다. 조금씩 목표에 가까워지는 나를 발견하고 기쁨을 느꼈던 과정이다. 달리기 경험을 예로 들어 설명하겠지만 꼭 운동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성취와 배움을 위한 모든 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 혹시 이런 말을 들어본 적 있지 않는가?
하루를 하면 이틀을 하고,
이틀을 하면 일주일을 하고,
일주일을 하면 한 달을 한다.
처음 어떤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조언이 건네지곤 한다. 필자도 직접 들은 말이고, 이 말이 정말 맞다는 것을 실감했었다. 매우 힘든 육체노동을 하는 현장이었는데 첫날은 정말 힘들었다. 집에 돌아와 자면서도 앓는 소리를 낼 정도로. 하지만 하루 이틀을 버티니 어느새 두 달여간 그 일을 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 저 조언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고자 한다. 필자는 여기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하루를 '안' 하면 이틀을 '안' 하게 되고,
이틀을 '안' 하면 일주일을 '안' 하게 되고…
하는 일에 관성이 붙는다면, 하지 않는 일에도 관성이 붙을 것이다. 정말 그랬다. 10일을 매일 같이 뛰다가 하루 달리기를 미루면 이틀을 미루고, 이틀을 미루면 일주일을 미루었다. 그래서 늘어지지 않도록 목표와 과업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당신이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당신은 적당히 쉬고, 적절한 시점에, 다시 본 과 과업으로 복귀하는 능력이 뛰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렇게 부족한 사람이다. 물론 휴식은 중요하다.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는 개인의 삶에도 적용할 수 있다. 휴식은 그런 면에서도 중요하다. 그 이야기는 '8. 휴식은 중요하다'에서 하고자 한다.
결국 지금까지의 행동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된 것이다. 결국 행동밖에 없다. 목표 관리에 대해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결국 행동을 위한 준비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행동하지 않는 믿음은 과신이 될 수 있다. 행동이 목표를 강화하기도 하고, 목표가 행동을 받쳐주기도 한다. 결국 행동해야 한다.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고 행동의 이상적인 모습은 다음과 같다.
-행동은 빠를수록 좋다. 단순할수록 좋다.
-처음부터 계획적이지 않아도 된다.
-거지같이 시작하라.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고, 처음부터 잘 달릴 수 없다. 그러니 일단 시작하라. 부족해도 시작하라. 그다음은 행동하다 보면 채워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목표와 실행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둘다, 라고 말하고 싶다. 둘 다 하는 방법은 이거다. 거창하게 목표 세우지 않기. 대강의 목표를 바탕으로 일단 시작하기. 목표와 실행 사이의 시간 간격을 최소로 하는 것이다. 목표를 세우느라 반나절 동안 머리를 싸매고 있으며 진이 빠져서 그날 바로 실행이 어렵다. 그날 미루면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미룰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목표 없는 실행은 지속되기 어렵다.
그러니까 일단 대강의 목표를 갖고 바로 실행하자. 완벽한 때는 절대 찾아오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일단 시작하고 그다음에 고민하는 방법을 필자는 좋아한다.
어떤 일도 몸에 적응이 된다. 육체노동, 정신노동 모두에 해당하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달리기도 몸에 적응이 된다. 물론 시간적인 체력적인 한계도 있을 거다. 그러나 사실 그 한계조차 적응을 통해 늘려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날 1km에서 이제는 7~10km까지 뛰면서 적응이 무섭고 적응은 힘이 세다는 걸 다시 느꼈다.
우리가 적응의 동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 원하는 습관을 삶에 정착시킬 수 있다. 습관을 설계한다고도 할 수 있다. 10km 달리기를 하고 싶다면 조금씩 달리면서 몸에 적응시키는 것이다. 내 몸이 모르게 말이다. (앞선 글의 '5. 목표치를 조금씩 높이면 수월하다'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1주차에는 1km를 걷거나 달린다. 2주차에는 거리를 조금 늘려 1.2km가량을 걷거나 달린다. 3주차 이후에도 이 과정을 반복하고 몸에 무리가 오는 시점이 있다면 거리와 속도를 조절한다.
'몸이 모르게'가 핵심이다. 고통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고통은 누구나 피하고 싶어 한다. 달리기를 고통이 아닌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은 몸에 천천히, 아주 천천히 적응시키는 것이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은데 그 과정이 고통스럽다면? 몸에 천천히 적응시켜보자. 하루 한 문장 쓰기 또는 일기 쓰기부터 말이다.
작년에 100일 동안 매일 달리기에 도전한 적이 있었다. 아주 짧은 거리라도 매일 달렸다. 휴식 없이 매일 달렸다. 그리고 이어서 200일, 300일 매일 달리기를 강행하려 했었다. 그러나 동생의 조언으로 잠시 쉬었다. 몸에 쉴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잘했다고 생각한다. 계속 뛰었으면 피로가 누적되지 않았을까? 더군다나 필자는 작년 이전에는 달리기를 거의 해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몸에 쉴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것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무리한 운동으로 몸의 어느 부분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면 평생 그 운동을 못할 수도 있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평생 달리기를 하고자 한다면 더욱 명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적절한 휴식은 매우 중요하다. 달리기 후 스트레칭, 영양 보충 등 단기적인 휴식을 해야 한다. 장거리 달리기나 긴 프로젝트 후에는 장기적인 휴식이 필요하다. 마라톤 풀코스 이후에 회복하는데 1주~4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다만 휴식이라는 말이 막연한데 휴식의 강도와 계획은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자신의 몸상태와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쉬는 것도 계획적으로 하면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10. 나에 대해 알아야 한다'의 내용이다.
우리가 지난 조건은 모두 다른다. 신체적·정신적·경제적 여건이 다 다른다. 경제적으로는 흙수저라도 정신적인 금수저일 수 있다. 신체는 건강하지만 정신적 회복탄력성이 부족할 수도 있다. 어떤 것이 더 좋은 조건 또는 나쁜 조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특성을 아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자신을 특성을 알고 제한점을 두라는 말이 아니다. 그 특성에 맞게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달리기로 예를 들면, 근력을 비롯한 자신의 신체적 특성을 아는 것이다. 자신이 추위와 더위에 얼마나 강한지, 하루에 얼마나 뛸 수 있는지 아는 것이다. 나를 알아야 거기에 맞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사는 건 계속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신체적·정신적·경제적 여건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태어나 보니 이 시대에 이런 몸을 지닌 채로 태어났다.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명리학에서는 좋은 사주와 나쁜 사주를 구분하지 않는다고 한다. 명리학자 강헌은 타고난 사주에 맞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사주를 보는 이유는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려는 게 아니다. 체념하기 위함이 아니다. 개인 삶의 특성에 맞는 정신적인 자세와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기 위해 사주를 보듯, 자신을 알고 그 특성에 맞게 적절한 전략을 세워 주체적인 삶을 사는 것은 중요하다.
마지막이다. 지금까지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 과정은 조금 힘들었다. 매일 웃으며 뛰진 않았다. 의지와 동력이 떨어지고 그냥 쉬고 싶은 날도 있었다. 인간은 지속적은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필자는 달리기를 지속하는 데 다음과 같은 것들에 도움을 받았다.
-20일 연속 운동하면 좋은 곳에서 외식하기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달리기
-매일 뛰겠다고 공언하기
인간의 의지는 생각보다 미약하다. 그래서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매일 달리기를 시작한다면 주변에 알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회관계망을 활용해서 공언-인증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것이 생활의 시스템 중 일부가 되는 때가 올 것이다. 그러면 적은 노력으로도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자동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달리는 자신이 되는 것이다.
대단한 것처럼 나열했지만 필자는 아주 평범한 사람입니다.
오히려 보통 이하의 체격과 조건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맞지 않는 말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필자는 계속 혼자 달렸습니다.
그래서 크게 2가지 부분을 간과하였습니다.
첫째는 ‘함께 달리는 것’입니다. 인간은 결국은 사회적 동물이다. 함께 달라면 더 즐겁다고 합니다. 요즘은 러닝 크루, 지역 동호회도 많고 함께 달릴 수 있는 기회와 조건이 많다니 참고해 주세요.
두 번째는 '재미와 즐거움'입니다. 필자는 건강을 위해 달렸지만 달리는 과정이 내내 즐겁기만 하지는 않았습니다. 진짜 달리기를 삶의 큰 즐거움을 삼는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고 하지 않던가요. 그 경지(?)까지 이르는 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제와 오늘의 글을 시작으로, 앞으로 몇 주간 달리기와 습관에 대한 제 생각을 이곳에 연재하려 합니다. 제 작은 글들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hoto by lucas Favre
*이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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