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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Jan 13. 2020

쓸데없이 궁금해졌다

퇴근 버스에서

퇴근길. 오랜만에 시내버스에 올랐다. 금속 냄새와 인조 가죽 향이 뒤섞인 특유의 버스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밤의 버스는 한산했다. 서울이 아니어서 그럴 테고, 퇴근 시간을 비껴가서 그럴 테다. 빈자리가 많았다. 창 밖이 아주 잘 보이는 자리를 골라 앉았다.


소도시의 밤은 꽤 낭만적이다. 너무 분주하지도 너무 복잡하지도 않다. 한눈에 담을 수 있을 정도의 사람들이 거리를 거닌다. 적당히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여유와 정취가 있다. 내가 지방에 살면서도 만족하는 이유이다.

버스에서 보는 소도시의 밤은 더 낭만적이다. 밤하늘 아래 은은한 빛들이 거닌다. 가로등 불빛은 조용히 빛난다. 그 아래 어깨동무를 한 주정꾼까지 정감 있어 보인다.


고개를 돌려보았다. 나와 같이 버스에 있는 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저들의 손에 들린 봉지에는, 가방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저들의 목적지는 어디일까? 누구를 만나러 가는 길일까? 오늘 하루 무엇이 고단했고, 어떻게 위로받았을까? 위로를 받긴 받았을까?


쓸데없이 그들의 사연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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