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습관 (1) 딱 하루면 됩니다
지난 시간에는 이 시대 최고의 가성비 운동을 주제로 글을 썼습니다. 달리기가 가성비 운동인 이유, 오래 사는 데 가장 도움을 주는 운동, 비대면 시대에 적절한 운동법 등에 대한 제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일상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달리기를 어떻게 '일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꾸준함'으로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달리기가 힘든 이유
달리기는 힘든 운동입니다. 어릴 적 일 년에 한 번씩 체력 평가를 받을 때면 오래 달리기가 가장 싫었습니다. 끝도 없이 달리는 느낌, 다리는 아프고, 숨은 차고, 친구들은 모두 앞서가고 그랬습니다. 제게는 부끄럽고 숨 찬 기억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쓰기 위해 그때를 다시 떠올리며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건 '해보지 않아서'입니다. 평소엔 거의 뛰지 않던 아이였습니다. 그렇게 살다가 일 년에 딱 하루만 뛰니 힘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안 해서, 꾸준하지 뛰지 않아서, 이것보다 명확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타고난 심폐지구력 따위를 탓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달리기를 일상으로 만드는 데 제가 제시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앞선 글들을 보시고 만약 '나도 좀 뛰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면… 바로 나가는 겁니다! 일단 시작합니다. 망설이지 말고 일단 시작하는 겁니다. 신발장에 있던 헌 운동화 하나 신고 밖으로 나가는 겁니다.
2. 완벽주의 - 완벽함이란 존재할까?
저에게는 큰 담점이 있습니다. 바로 완벽주의입니다. 이 문장에서 유의하실 점은 '주의'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100% 완전무결한 상태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완벽한 존재가 완벽이 가능한 일에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완벽하지 않으면서 그런 이상을 가지는 사람입니다, 저는.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완벽하지도 않고 그런 능력도 없으면서 뭔가를 완벽하게 꾸미려 합니다. 그러다 혼자 지쳐 포기합니다. 그런 일들의 반복이었습니다. 거의 40년에 가까운 세월이었죠. 그래서 이제는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완벽함을 버리자고 스스로에게 외칩니다.
제가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완벽한 상황'을 기다리다가 시작도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달리기를 예로 들어볼까요?
1) 아 나도 달리기를 해야겠다!
2) 러닝화가 없다. 주문하고 기다리자.
3) 기초 체력이 없다. 먼저 헬스장부터 갈까?
4) 기초 지식 없다. 달리기 책이나 영상을 먼저 볼까?
5) 벌써 저녁이네. 내일 할까?
내일이면 달려야겠다는 생각은 희미해집니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납니다. 달려야겠다는 동기는
점점 희미해지고, 러닝화가 배송될 즈음이면 의지도 의욕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러닝화를 볼 때마다 죄책감이 들지도 모릅니다.
사실은 제 이야기입니다. 더 건강하고 더 가능성이 많았을 제 20대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그때 샀던 비싼 러닝화는 용도에 맞지도 않게 사용하다가 버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완벽'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3. 거지같이 시작하면 어때?
그래서 이제는 대강 시작합니다. 일단 시작하고 봅니다. 누군가의 '거지 같이 시작하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일단 시작하면서 목표와 과정을 생각합니다. 100일 달리기를 하던, 1000일 달리기를 하던 오늘 달려야 그게 시작이 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오늘 하루의 투자가 훗날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저도 제가 이런 글을 쓰게 될지 몰랐습니다. 달리기에 대한 동기부여를 받고 그냥 뛰었거든요. 100일만 뛰어보자 하고 뛰었습니다. 예상하지 않고 시작했습니다. 큰 계획이나 생각 없이. 그래서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는 제가 이러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뛰면서 배운 게 얻은 게 너무 많아 이렇게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들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4. 시작하기 가장 좋은 날은, 오늘!
1월 1일이면 '다이어트'라는 단어의 검색이 갑자기 늘어난다고 합니다. '첫 번'을 의미하는 날과 관련된 느낌이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한 것이죠. 어느 날은 다른 날보다 더 의미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시간의 경계를 정하기 위해, 새 출발을 위해 그런 날을 하나의 계기로 생각합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새 출발 효과"라고 부릅니다. (출처: 책 『언제 할 것인가』, 다니엘 핑크, 알키, 110~112쪽)
시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하는 것이다.
새해 첫날입니다. 시작하기 가장 좋은 날입니다. 분명 내일이 되면 그 힘이 떨어집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하루면 됩니다. 딱 하루만 하면 됩니다. 그럼 내일 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하루 '하면' 다음날 할 확률이 높고, 하루 '안 하면' 다음날 안 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사실 첫날이 가장 힘듭니다. 그러나 첫날만 하면, 그 고비만 지나면 조금씩 조금씩 쉬워집니다. 첫날은 다들 힘드니까. 그냥 눈 딱 감고 일단 시작하는 겁니다. 앞뒤 재지 말고 하고 보는 겁니다.
오늘 하면 내일도 하게 되는 일. 어떤 경향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삶의 경향성은 스스로 계획하고 만들 수 있다고,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의지를 갖추는 일이자 환경을 구축하는 일, 행동을 먼저 보이는 일, 결국 시스템을 갖춰 주변 환경마저 나를 돕도록 하는 일 등이 필요합니다. 못다 한 이야기는 앞으로 계속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달리기와 습관에 대한 제 생각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달리기를 즐거운 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쓰려합니다.
제 글이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hoto by Armand Khou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