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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Jan 02. 2022

나에게서 아빠가 보인다

우리 아빠를 보고 놀라는 사람들이 있다. 아빠의 겉모습과 분위기 때문인데, 나와 너무 똑같단다. 당연히 일 아닌가. 난 아빠의 아들이니까.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나는 잘 모르겠다. 우리가 그 정도로 똑같은 것 같지는 않다. 나는 나, 아빠는 아빠인 것 같다. 물론 그런 내 눈에도 비슷한 구석은 보인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도 그랬었다. 곧 신랑이 될 친구를 축하하러 간 자리에서 나는 한 번도 뵌 적 없었던 친구의 아버지께 다가가 인사를 드렸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아무도 모를 수가 없었다고 해야 할까. 아마 나와 우리 아빠를 보는 느낌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같은 밥을 먹고,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며, 같은 문화에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분명 비슷한 성향을 가질 것이다. 그들의 생애 주기 중 사회 변화와 또래 문화에 따라 물론 세대별 차이는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그 근본이 되는 바탕은 변함이 없지 않을까?


그래서일까. 점점 나에게서 아빠의 모습을 발견하는 중이다. 허리 아프다며 수시로 스트레칭을 하고 약수터 체조를 하면서도 웃음이 난다. 별로 특별하지 않은 국과 밥에도 군말 없이 끼니를 해결하는 모습과 세상일에 점점 무던하게 반응하는 내 모습에서도 그렇다. 자꾸 아빠의 모습이 겹친다.


나이가 조금은 들었다는 것일 수도, 나의 특성을 내가 알아간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타고남, 나다움에 가까워지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알던 아빠는 가장 아빠다운 모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Photo by M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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