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집 문을 열었다. 시간은 밤 11시. 다음날 아침을 위한 김밥 한 줄을 사기 위함이었다.
여행 중 아침은 해결하기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다. 조식을 제공하는 숙소는 비싸고, 조식을 제공한다 하여도 가격도 양도 부담스러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저러한 것들을 따지기 머리 아플 땐 김밥 한 줄이 딱이다.
서울이라 그런지 24시간 김밥집이 있었다. 포장만 된다는 말을 들으며 꾸역꾸역 안으로 들어갔다. 주방에서 두 분이 설거지를 하고 계셨다. 아무리 24시간 집이지만 아침부터 많은 김밥을 말고 손님과 열기에 씨름하며 이 시간까지 서 계셨을 두 분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겨우 4000원짜리 일거리를 드렸다. 죄송한 마음을 가득 담아서. 이 시간에 들어와 김밥 한 줄이라고? 나 같음 짜증이 올라왔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너무도 밝은 표정이었다. 밥을 김 위에 올리고, 재료를 착착 넣고, 김밥을 돌돌 마는 동작에 리듬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도 보이셨다. 이 상황의 어떤 면이 콧노래를 유발하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내가 유난을 떠는 것이 아니다. 당시에 없던 감정을 지어내는 것도 아니다. 그 순간, 누군가의 삶의 현장에 내가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내 취향도 아닌 그 노래의 제목이 알고 싶어졌다.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행자 주제에 피곤함을 노래했고 아주머니는 행복을 노래했다. 진짜 삶의 주인은 누구인지, 자유는 누가 주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여행하듯 삶을 살자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여행 중 나는, 여행자보다 더 여행하듯 즐기며 일하는 현인을 만난 것이다.
Photo by Bundo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