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친구가 내게 있는지
무심코 차량 제어부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쿵짝쿵짝. 씨디 플레이어가 돌아가며 트로트 음악이 흘러나왔다.
자식보다 자네가 좋고
돈보다 자네가 좋아.
자네와 난 보약 같은 친구야.
장인어른께서 넣어놓은 걸로 추정되는 음반이었다. 급작스러웠지만 그냥 들었다. 운전을 하며 노랫말을 집중해보았다. 돈이나 가족보다 소중한, 보약 같은 친구가 내게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결론은? 없는 것 같다. 왠지 있어야 할 거 같은데 말이다. 보약 같은 친구는커녕 친구 자체가 별로 없다. 만남도 뜸하다. 그나마도 상대방이 먼저 연락을 하는 경우이다.
사실 난,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일에 서툴다. 상대방을 만나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직장이든 동호회든 맺어진 관계를 유지하는 건 더 어렵다. 내가 지금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가족들을 챙기는 것만 해도 벅차다.
어려서부터 친구가 많지 않았고 불편함을 느끼지도 않았다. 이런 내가 부끄러운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남들과 있을 때 에너지가 더 빨리 소진되는, 그래서 약속이 조금 두려운, 그냥 그런 사람인 거다.
사회 부적응자처럼 보이려나. 어쨌든 앞으로도 소수에 집중하고 싶다. 더 적은 사람들과 더 제대로 된 만남을 하고 싶다. 인맥을 관리하고,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 없이 그들과 '편한 사이'이고 싶다.
주소록에 아는 사람은 넘쳐나고, 팔로우 한 번에 친구가 되는 세상. 보약 같은 친구 하나 없지만 슬프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