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로(1)

-파스텔톤 하늘색-

by 콕스웨인

말라가에서 세비야로 버스를 타고 넘어가기 위해, 버스 터미널에 도착한 우리.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목적지로 가려고 터미널로 모여들었다.


한 손으로는 놓지 않기 위해 서로의 손을 맞잡고, 다른 한 손은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캐리어를 붙잡고 있던 너와 나.

오후 5시에 출발 예정인 버스를 찾아 그 위에 올라탔다. 나란히 좌석에 앉은 다음,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여정의 출발을 알리는 엔진 소리를 내며 움직이던 버스.


생각보다 세비야로 가는 이들이 없는 건지, 버스 내부는 한산했다. 약 20분 정도 지났을까. 버스가 세비야 직행버스가 아님을 알게 됐다. 마치 시내버스처럼, 중간중간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버스.

너는 혹여나 중간에 누군가 캐리어를 가져가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 네게 내가 지켜볼 테니 안심하고 눈 좀 붙이라고 말했던 나.


별 거 아닌 내 말이 네게 그토록 큰 안심을 주었던 걸까. 창가 쪽으로 등을 기대고 얇은 두 다리를 내 허벅지 위로 올린 채, 잠이 들었던 너.

곤히 잠든 너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은 뒤, 그 뒤로 펼쳐진 스페인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푸른 하늘 아래로 칠해진 파스텔톤 하늘색. 그와 맞닿을 듯 단정하게 서 있던 올리브 나무들. 그 풍경이 끝이 나지 않을 것처럼 광활하게 펼쳐졌다.

다시 한번 멈춰 선 버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 마을인 듯 허름한 버스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버스를 타기 위해 줄 서 있던 사람들도.


내리던 이들을 유심히 바라보다 다시 출발하는 버스에 맞춰 왼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언제 깼는지 모를, 잠이 덜 깬 눈으로 나를 향해 미소 짓던 너.

도착하려면 아직 시간이 걸리니 더 자도 된다고 말하자, 너는 '그럼, 더 잘게'라고 말하며 내 품속으로 파고들며 안겼다. 고스란히 너의 온기를 안으며, 창밖으로 어느새 덧칠해진 주홍색을 바라봤다.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 몇 번이나 멈춰 설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때의 내가 확신을 가졌던 건, 너의 온기와 네가 편히 잠이 들었다는 숨소리와 창밖의 풍경뿐이었다.

그러한 소소한 감각들만으로도 버스 안에서의 여정이 만족스러웠다.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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