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 드레스-
잊지 못하리라. 버스에서 내려 두 폐에 가득 담았던 세비야의 밤공기를.
너 역시도 나와 같은 상쾌함을 느꼈는지, 왠지 이 도시가 벌써부터 좋다고 말했다. 그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숙소를 향해 걷기 시작한 우리.
4월의 세비야는 구름조차 발자취를 감추듯, 더없이 푸르고 더없이 맑았다. 도시로 쏟아지는 햇살은 우리를 반기는 것처럼 한없이 다정했다.
그 이유 때문일까. 그저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얼굴에서 미소가 지워지지 않던 너와 나.
세비야의 상징이라는 에스파냐 광장 중앙 분수. 그곳을 눈에 담는 순간, 머릿속에는 황홀하다는 표현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푸른 하늘 아래 놓인 분수 하나. 그 주위를 감싸고 있는 반원형의 거대한 옛날 건축물까지. 미숙한 내가 도저히 입으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에 빠져 있을 때, 나를 부르던 너의 목소리가 달팽이관을 부유했다.
너는 저기를 보라며 어딘 가를 가리켰다. 그 끝을 따라 시선을 옮긴 내게 들어온 한 여인.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음악에 맞춰 바닥을 두드리던 여인.
자연스럽게 우리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무지한 내가 보더라도 그녀가 추는 춤이 플라멩코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무아지경에 이른 듯, 여인이 발산하는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았다. 우리는 홀린 듯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몸동작에 취해있었다.
이윽고, 춤이 끝나자 우리는 감탄을 힘찬 박수소리로 대신했다. 그러자 열정으로 몸을 치장한 여인이 우리를 향해 미소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Ho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