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하면서도 불공평한-
언제 잠들었는지 알 수 없다.
주위에서는 부러워한다. 머리만 대면 잠드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잠이란 녀석은 원한다고 아무리 간절히 바라도 쉽사리 오지 않는 녀석이니. 그런 변덕스러운 녀석이 내게는 잘만 찾아온다.
오늘 하루가 어떻든 종장에는 모두가 잠을 청한다.
잠이야 말로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환각제다. 오늘이란 순간을 잠시나마 잊게 해 주고 견뎌내게 해주는.
그리고 내일은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주는. 그런 환각제.
우리의 이상이 환각제의 투여량을 강제로 조절시키고 있다.
꿈을 좇는다는 달콤한 유혹으로. 잠을 줄여야 성공한다고, 자면서 꾸는 꿈은 모두 허상이라고.
그렇게 또 다른 환각을 만들어 냈다. 그것도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환각일까.
언제 잠들었는지 알 수 없는 잠은 다소 불쾌하다. 원할 때 잠들 수 있게 해주는 환각제가 필요하다.
생각과 감정이 모두 안정되었을 때 이상은 뚜렷해진다. 환각으로 빚어낸 환상이 아닌, 오늘로 다져둔 미래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