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청

-나를 부르는 목소리-

by 콕스웨인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봤을 때, 아무도 없다면 그것은 하나의 현실이겠지.


지금까지 나이에 무게를 더 할수록 내 이름은 수없이 많은 이들에게서 불려 왔다.

때로는 밝고 명쾌한 목소리로, 또 때로는 무겁고 어두운 목소리로.


너무나도 많이 불려 왔기에 가끔씩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환청에 시달린다.

어쩌면 이것은 어릴 적부터 문제를 안고 있던 내 두 귀의 비명일 수도.


환청이 공기에 반사되어 각양각색의 형태로 흩날리면, 나는 무심코 고개를 든다.

당연히 찾는 이 하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심 누군가가 불러 주기를 바란 듯. 그리고 역시나 아무도 없다.


슬픈 일인 걸까. 아무도 없다는 것이. 환청인 걸 알았을 때 나는 조용히 두 눈을 감는다.

오랜만에 들려왔던 어색하지만 낯익은 목소리를 감상하노라면, 선명하게 재생되는 그 목소리의 추억들.


빛바랜 장면들이 하나둘 스쳐 지나간다. 삶이 연주하는 감미로운 멜로디.

내 과거를 악보로 두고 목소리의 형태를 현재로 연주한다. 더욱 부드럽게 나는 빠져 들어간다. 부유하는 마음에 어떠한 감정도 개입하지 못한다. 그냥 그렇게 둘뿐.


환청은 삶이 연주해 주는 하나의 곡. 너무나도 빨리 미래로 가기 전에 잠시 나를 붙잡고 감상하라 말한다.

나를 불러주던 많은 이들의 목소리와 그들과 잠시라도 함께 했던 그곳에 내가 있었음을 기억하라고.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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