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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딧 Feb 28. 2021

면접을 준비하는 자세

네덜란드 디자인 회사 면접기 (2)

면접을 거듭할수록, 면접 보는 스킬도 조금은 늘어나는 걸 느낀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이럴 때 쓰는 비유가 아닌 거 같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경험치가 쌓여서인지, 가장 최근의 면접에서는 꽤 선방한 기분이 들었다. 아직 유창하게 말을 잘 하진 못 한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오면 역시나 어버버, 내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래도 면접 스킬이 늘긴 늘었다. 30점에서 50점이 되어도 발전은 발전이니 말이다. 그중, 몇 가지를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나의 주관적인 느낌이 결과를 말해주진 않는다. 한국에서 면접을 볼 때는 분위기에 따라 느낌이 왔다. 면접관들의 반응이나 내 대답 수준에 따라 잘 봤구나, 이건 망했다는 직감. 잘 봤다고 생각한 적은 거의 없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보는 면접들은 보통 분위기가 좋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뭐,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화기 애애한 분위기였다. 일방적으로 평가를 당한다기보다는 면접관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나눈다는 느낌이었다. 특히 면접자를 당황시키거나 압박하려는 의도의 질문은 받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대화 분위기와 면접관 반응이 긍정적이었다고 해서 면접을 잘 보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이 곳 특성상 사람 대 사람으로 존중을 해주는 것이지 나에게만 특별 대우해주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다른 면접 대상자들도 비슷한 분위기에서 면접을 봤을 것이다. 또, 아직 1차 면접이라 내게 제대로 질문을 하기도 전에 자기네 회사의 장점, 단점, 첫 출근 날짜, 처음 맡을 업무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설명해주는 곳도 있었다. 역시나 내가 너무 마음에 들어 그러는 거라고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이 곳의 면접은 내가 평가당하는 것만큼, 회사도 구직자에게 평가당한다. 그렇기에 구직자들에게도 최대한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해주고 회사를 알아볼 기회를 주는 것이다.


2. 면접은 상대 평가다. 어찌 됐든 면접을 보러 온 사람들 중에 돋보이면 된다. 그러니 내가 준비한걸 50밖에 보여주지 못했다고 일찌감치 기죽을 필요 없다. 내가 못했어도,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더 못할 수도 있다. 나는 초반에 질문 한두 개를 대답을 잘못한 거 같으면 뒤에 까지 영향을 주기도 했는데, 그럴 필요 없다. 계속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리고 면접 그 자체 말고도 변수는 많다. 회사에서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그래서 면접 대상자들 중에 누가 더 돋보일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특히 경력직인 경우, 후보들의 배경이나 스킬 셋이 다르면 절대적으로 누가 더 잘났고 못났고를 평가 내리기 무리다. 그 포지션에 필요한 역량 중 어느 부분에 더 비중을 많이 두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또, 네덜란드에서는 회사 내부 문화에 이 사람에 얼마나 핏 할지를 많이 본다. 이 핏은 일할 때의 성향, 사회성, 커뮤니케이션 방식 많은 것들이 어우러져 나오는 것이니 미리 준비할 수도,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3. 여유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너무 간절하면 없어 보인다). 한국에서 대학교 입학, 신입사원 입사 면접 때 계속 들은 질문이 있었다. 우리 말고 타 학교 A 혹은 타사 B에도 붙는다면 어딜 가실 건가요? (신입사원 면접이라 물어봤을 것이다) 이때 한국에서라면 모범답안은 무조건 충성! 충성! 해야 하는 거겠지만, 여기선 다르다고 느꼈다. 너무 간절하게, 난 여기에 내 뼈를 묻을 거야 와 같은 태도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여기가 000한 점이 맘에 들어서 내 마음은 여기로 기운 상태지만 다른 곳과도 잘 비교를 해보려고 해.라는 식으로 여지를 줘야 한다. 그래서 내가 여기저기서 원하고 있는 능력자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그래야 나중에 오퍼가 나오게 되었을 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조건을 위해 협상할 여지도 생긴다. 


4. 나의 진심 어린 관심을 잘 드러내야 한다. 여유를 가지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관심이 없어 보이면 안 된다. 내가 정말 이 곳에서 일하고 싶어 하며, 많이 생각해보았기에 나올 수 있는 질문들로 열정, 관심, 애정을 드러내야 한다. 회사 홈페이지, 채용 공고에 나와있는 내용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내용을 물어봐야 한다. 디자인 분야에서는 팀의 구조와 디자인 프로세스, 의사 결정 과정, 앞으로 이 포지션이 맡게 될 프로젝트 등등을 물어볼 수 있겠다. 그리고 면접관이 대답을 해주면, 그냥 끄덕이고 넘어가면 안 된다. 그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 질문이 왜 내게 중요한지 부차적인 설명을 곁들이며 자연스레 이어나가면 더 좋다.


5. 오픈 애플리케이션에 도전한다. 많이 대화한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이직/ 취업 준비를 하는 친구들과 얘기를 많이 해오면서 느낀 점이다. 나는 보통 포지션이 열려 공고가 뜬 것을 보고 지원했다. 외국인이기에 비자 지원을 고려하면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회사여야 하고, 그러다 보면 공고에 맞춰 지원하는 게 훨씬 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덜란드/ 유럽 권 친구들은 원하는 회사에 그냥 컨택을 하며 기회를 얻었다. 아는 사람이나 동문을 통해서, 혹은 그냥 링크드인으로 나 구직 중인데 관심 있다는 식으로 먼저 메시지를 보낸다. 오픈 애플리케이션을 상시 받는 회사들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접근하면 대체로 긍정적인 대답이 온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즉석에서 면접 아닌 면접이 잡히기도 한다. 성공률은 보장할 수 없지만, 평소 관심 있던 회사가 있는데 공고가 올라오지 않는다면 해볼 만하다. 그렇게 한 30분 정도 짧게 얘기할 기회가 생기면 나를 잘 어필해야 한다. 내 장점, 스킬 셋, 회사에 내가 가져올 수 있는 가치 등에 대해 짧고 굵게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채용 공고도 내지 않았는데, 열정적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좋게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옮기게 된 친구들도 꽤 있었다. 그리고 대화를 해보고 그곳이 내 기대와 맞지 않는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을 수도 있으니 그것도 좋다. 나도 아는 사람을 통해 이런 대화를 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영양가 없는 대화였지만, 그래도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동기 부여가 되었다. 그리고 형식을 갖춘 면접은 아니었어도, 나를 표현하는 연습도 하고 업계에서 쓰는 표현, 단어들도 듣고 보다 이해도를 높일 수 있어 다른 회사 준비에도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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