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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딧 Mar 08. 2021

굳이 네덜란드에서 디자인하는 이야기

'굳이 네덜란드에서 디자인하는 이야기'라는 매거진을 새로 만들었다. 이 곳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일하는 이야기들을 좀 더 풀어내고 싶어서다. 글쓰기를 더 자주 하려고 노력하곤 있지만, 쉽게 써지는 글은 일상 글이다. 원래 브런치를 시작할 때는 이런 이야기들을 더 많이 쓰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졌다.


내 브런치에 유입되는 검색어를 보면 네덜란드, 디자인, 유학이라는 키워드가 꾸준히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관심 있는 분들이 있다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글로 좀 더 정리해보기로 했다. 엄청난 정보는 아니겠지만, 그냥 이런 사람도 있구나, 이런 경험을 했구나 참고가 된다면 좋겠다.


아, 왜 '굳이' 네덜란드에서 디자인을 한다고 표현했느냐고 물으신다면... 유학이라고 하면 대다수가 미국, 일부는 영국, 그 이외 소수가 유럽을 택하기 때문이며, 해외에서 디자인 분야로 일을 한다고 하면, 미국 동부의 이름 날리는 기업 정도는 되어야 명함을 내밀어 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굳이 유럽, 그것도 네덜란드라는 작은 나라로 유학을 왔고, 굳이 이 곳에서 계속 버티고 있기 때문에 '굳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게, 굳이 왜 그랬니라고 물으신다면... 그건 나도 아직 잘 모른다. 여기가 너무 좋다고 찬양할 마음은 전혀 없다. 그렇다고 싫은 것도 아니지만, 그냥 그렇다. 내가 다른 나라를 경험해보지 못했으니, 다른 곳에 비해 여기가 더 낫다고도 말 못 하겠다. 한국과 비교해서 살기 어떻냐고 물으신다면, 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건 정말이지 나도 매일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하며, 갈팡질팡하고 있는, 극도로 어려운 질문이다. 명쾌한 답변은 하나도 없는데 왜 굳이 이 글을 쓰고 있을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굳이 또 써본다.


왜 네덜란드로 온 것인가.

처음에 네덜란드에 오게 된 것은 이 나라보다 내가 공부했던 학교에 더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유학 준비 과정에서도 썼던 부분인데 나는 학부를 공부했던 공대 + 디자인의 정체성을 이어갈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었다. 미국에 있는 대학원도 훌륭한 곳들이 많았지만 나는 유럽에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역사와 문화를 느끼고 싶다는 로망 섞인 바람, 그리고 고등학교 때 아버지 일로 미국에서 잠깐 학교 생활을 했었기에 다른 나라에 가보고 싶다는 호기심. 지금 돌이켜보면 주 언어가 영어가 아닌 곳을 택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심각한 일이었는데, 그땐 몰랐다. 그냥 100퍼센트 '영어 과정이라고? 그럼 됐지 뭐! 현지어? 가서 배우지 뭐!' 생각하던 철부지였다. 그나마 영어권인 영국도 지원하긴 했었다. 하지만 학비는 그렇다 치고 체류비가 너무 비싸서 지원서를 쓰면서부터 부담스러웠다. 그러다 네덜란드 학교로 오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되어 큰 고민 없이 네덜란드로 결정했다.


왜 네덜란드에 눌러앉았는가.

처음 유학을 오면서는 석사 이후에는 또 다른 나라로 가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유럽의 다른 나라나 영국, 미국 어디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다는 역시나 철부지스러운 생각이었다. 그땐 삶의 터전을 옮겨가는 것을 인터넷 쇼핑에서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담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다. 그리고 석사를 마치고 나서는 막상 생각이 또 바뀌었다. 일단 하고 싶은 일의 방향이 뚜렷해진 것이 컸다. 그러다 보니 그 방향에 더 무게를 두게 되었고, 그게 어딘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네트워크가 생기고 이런저런 정보를 듣다 보니, 이 곳에서의 기회들이 더 눈에 띄었다. 한국에서처럼 여기도 학연, 지연 이런 인맥이 은근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의 새 출발과 어느 정도의 인맥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물론, 특출 나게 좋은 기회를 따라서라면 다른 곳으로 옮길 의향도 있었지만 내가 부족한 탓인지 딱히 그런 일은 없었다. 또 이 곳에 와 이런저런 고생을 하며 겨우 적응을 했는데... 아직 적응했는지도 모르겠는데... 벌써 옮겨간다고? 이런 생각도 있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어 버렸다는 식으로 쓰긴 했지만, 당연히 여기가 좋아서 계속 살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다. 내가 어느 곳을 택했든 간에  일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많이 성장하는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다른 곳이었어도 어쩌면  나름  지내고 있었을  같다. 하지만 네덜란드이기에  좋은 점도 분명 있었다. 물론 단점도 있었다. 그런 경험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글을 이어가 보려 한다.


(표지 이미지: Kaboom Pi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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