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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딧 Jul 24. 2021

첫 출근 후 4개월, 나의 소감

불안한 존재로 성장하는 과정 그 어딘가

새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며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계약서에 사인하고 일을 시작한 게 엊그제였던 것 같은데 벌써 넉 달이 지났다.


팬대믹 시대에 재택근무로 일을 시작하는 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첫 출근 전날 왠지 모르게 긴장되었는데, 그래도 내게 익숙한 공간인 집에 있다는 게 조금 이상하기도 하고 긴장이 덜 되기도 했다. 첫 출근이라는 말이 거창할 정도로 일상에 큰 변화는 없었다. 9시에 첫 미팅을 하고, 택배로 랩탑을 받았다. 랩탑 위에 포스트잇 하나가 붙어 있었는데 내 아이디, 임시 비밀번호가 손글씨로 적혀 있었다. 그나마 사람 냄새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받은 아이디로 팀 플랫폼에 로그인을 했다. 그랬더니 바로 이메일, 채팅, 문서들에 접근할 수 있었고, 온라인에서 기다리고 있던 회사 사람들을 만났다. 어제까지는 없던 어떤 미지의 공간에 문을 연 느낌이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나는 커리어에 한 전환점을 만나게 되었다. 코로나 시작하기 직전에 다음 스텝을 준비하기 시작했하던 참이었다. 심지어 1월엔 이웃나라인 독일로 면접을 보러 일박이일 여행도 갔었는데… 그게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내가 하던 일, 개발도상국의 헬스케어 서비스 증진 관련하여 계속하고 싶었다. 코로나로 그 어느 때보다 더 보건 환경에 관심이 높아졌고, 개발도상국에 미친 영향은 아직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로 크리티컬 하다. 하지만 일로써 바라보았을 때 개발도상국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에 차질이 생기고 지연되고 있었다.  특히 건강보건 분야는 코로나 대응에 집중하며 다른 프로젝트들은 보류되었다. 또 자유롭게 출장을 다닐 수도 없는 이 상황에, 나 스스로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위험 부담도 커졌다.


그래서 고민이 많아졌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내 방향은 무엇인지 생각을 많이 해봤다. 그러면서 겁이 났다. 내가 하던 일, 하고 싶은 일은 이 것인데, 내가 다른 걸 선택함으로써 생길 결과가 두려웠다. 지금의 내 선택이 틀릴까 봐 불안했고, 앞으로의 진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일을 막상 시작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새로운 분야 (헬스케어 쪽에서 에너지 분야)를 배우는 것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완전히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내가 어떤 식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지 다시금 깨달았다. 내 나름 편하고 효율 적인 방식을 찾아가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며 내 자긴을 돌아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팀 내에서 내 포지셔닝을 어떻게 찾아가는지, 팀원들과 비교해 내 강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새로이 부딪쳐보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외에도 느낀 점 하나는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전에 내가 하던 일과 지금 일이 전혀 관련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두 가지 일에서 연결 고리를 만들고 내 세계를 확장해 가는 것은 순전히 나의 몫이었다. 딱 떨어지는 무언가는 아니지만, 내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충분히 이전의 경험과 연결 지을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 진로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리고 해보다가 이곳이 아니면 다른 곳에 가서도 잘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생겼다. 물론 잘하고 싶은 마음은 크다. 너무 욕심을 부리고 싶진 않지만 그래야 지금 내가 속한 이곳이 나와 함께 잘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혹은 이곳에서 다음 행보로 나를 잘 이끌 것이라는 희망이다.


회사는 회사고, 일은 일이라고 거리를 두려고 하지만, 그래도 내 일상에서 새 회사, 새 동료들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적응하느라 벌써 넉 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지만 팬데믹 시대에 예상치 못한 활력이 되어 주어 감사하기도 하다. 이렇게 한층 더 성장해나가는 과정 속에 있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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