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로우 테크만이 답이 아니다. 인터넷, 스마트폰의 영향력을 보자.
2018년에 처음 나이지리아를 방문했을 때 10만 원 정도를 일단 환전했다. 나이지리아 화폐인 나이라로 바꾸니 지폐 한 뭉치가 생겼다. 이걸 들고 다니려니 잃어버릴까 싶어 불안할 정도였다. 카드기가 있는 곳이 별로 없어 거의 현금으로 결제를 해야 했는데, 화폐 단위도 커서 식당에서 오백 원짜리 밥을 먹고 만 원짜리 지폐를 내고 다녔다. 그러다 보니 며칠이 지나자 점점 잔돈이 쌓여 지갑이 닫히지도 않았다. 게다가 현금인출기 한도가 2만 원이었다. 그래서 하루 종일 현금인출기마다 줄이 가득했다. 특히 시장 근처의 현금인출기 앞에는 짜증 나 보이는 사람들이 늘 빼곡했다. 나도 돈을 찾으러 가야 하는 날은 한두 시간은 여유 있게 비워두어야 했다.
그리고 나이지리아에 2019년 겨울에 방문했을 때 깜짝 놀랐다. 고작 1년 반 정도 사이에 시장 구석구석까지 오페이라는 서비스가 가능했다. 오 페이는 중국 억만장자가 창업한 모바일 송금 서비스로 나이지리아에서 2017년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아니어도 사용할 수 있으며 작은 단위까지 바로 송금이 가능하기에 시장 구멍가게에서도 결제가 가능했다. 어떻게 보면 체크카드, 신용카드와도 같으나 별도의 리더기 없이도 바로 서로 화폐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 사람들의 니즈에 꼭 맞아 보였다. 시장에서 만난 나이 드신 할머니까지도 디지털 뱅킹을 익숙하게 하게 된 데에는 이런 편리함이 있었기에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했을 것이다. 오히려 독일이나 프랑스에 갔을 때 일부 가게에서는 아직도 현금만 받아 놀란 적이 있었다. 이런 게 테크놀로지 푸시일까.
또 하나의 예는 인터넷이다. 인터넷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광범위하고 그 중 하나의 예를 들면 페이스북 그룹과 메신저다. 우리나라에서는 N사와 K사가 있어 페이스북이 절대적인 경쟁력을 가지진 못했다. 하지만 내가 방문한 많은 나라에서 페이스북 그룹과 메신저를 다용도로 활용하고 있었다. 그중에 내 눈에 띈 것은 나이지리아 지역 여성들이 만든 Q&A 그룹이었다. 이 커뮤니티에 여성들은 생리나 임신, 출산 등에 관련된 질문을 올리고 정보를 주고받고 있었다. 기존에 이런 커뮤니티는 보통 오프라인에서 존재하며 정보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다. 그리고 여성의 신체 현상이나 성에 관련된 내용이 여전히 금기시되어 제대로 주변에 물어볼 수도 없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기에 잘못된 믿음으로 몸에 이상이 생겨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이곳에 몇몇 전문가들이 적극척으로 참여하며 사람들의 질문에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주고 민감한 내용은 개인적으로도 상담하고 있었다. 물론 모두 옳은 정보만 주고받는 것은 아니며 참여도에도 한계가 있다. 당연히 인터넷에 접근이 가능하고 최소한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보 접근성이라는 관점에서, 온라인으로 커뮤니티가 옮겨졌다는 것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인터넷, (보급형) 스마트폰으로 고 자원 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의 삶도 많이 편해졌지만 저 자원 국가에서는 그 영향력이 더 크다. 정보 접근성이라는 관점에서 그 영향력은 비교할 수 없이 더 클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술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은 그다음의 숙제일 것이다.
더 깊이 있고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긴 책 <아프리카로 간 디자이너>를 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YES24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