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성을 중요시하고 진솔한 화법을 구사하는 네덜란드 사람들에 대한 농담이 있다. How are you?라고 일상적인 인사를 건네었을 때 반응이다. 미국이나 영국 사람들은 I am fine, and you? 라며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영어 표현의 정석대로 대답을 한다.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상황이 좋든 나쁘든 예의상 괜찮다고 말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안부를 물음으로써 대답을 한다. 하지만 네덜란드 사람들은 ‘아, 그게 말이야 썩 좋지 않은데. 오늘 아침에 이런 이런 일이 있었는데 내가 어쩌고 저쩌고...’ 하며 진지하게 답을 한다는 것이다. 혹은 그저 지나가는 인사치레라는 생각에 '나한테 왜 그런 걸 물어봐? 네가 왜?' 하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가벼운 일회성 대화보다 좀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더 좋아하는 나는 사실 네덜란드스러운 반응이 더 반갑다.
한국에서부터도 생각했는데 난 가볍고 사소한 스몰 토크가 참 어렵다. 나는 내가 가보지도 않은 식당에 무슨 메뉴가 맛있는지 별로 궁금하지 않다. 요즘 뭐가 화제가 되며 유행어가 나오는 대화에 기여할 만큼 트렌드도 잘 모른다. 또 낯도 가려서 막상 그런 순간들이 오면 무슨 얘기를 할지 막막하다. 그래서 스몰토크에 대해 거부감을 막연히 가지고 있었다. 진솔하지 못한, 무의미한 대화라 치부하면서. 그런데 여기 와서, 또 나이를 먹으며 깨달은 것은 내 성향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이 어려움이 사실 대화의 기술 부족이라는 것이다. 솔직하고 겉치레를 싫어하는 이곳 사람들이 스몰토크는 또 아주 적당히 잘한다. 이건 내성적이라던가 낯가림과 같은 성향과도 별개다. 어떻게 보면 그 상황과 상대에 맞게 대처할 수 있는 처세술 중 하나 같다. 그리고 약간의 관심과 노력을 한다면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일 뿐이다.
오늘도 역시, 챗 GPT에게 도움 요청을 했다.
스몰 토크 할만한 대화 주제는 뭐가 있을까?
추천 주제 목록은 다음과 같다.
날씨: "오늘 날씨가 좋네요. 주말에는 무엇을 하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취미: "요즘에 어떤 취미를 가지고 계시나요? 저는 요리를 좋아해요."
여행: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가 어디인가요? 다음에 가보고 싶은 곳이 있나요?"
음식: "어떤 음식을 좋아하시나요? 최근에 맛있는 음식을 먹은 적이 있나요?"
영화/드라마: "최근에 본 영화나 드라마가 있으신가요? 추천해 주실 만한 작품이 있을까요?"
동물: "애완동물을 키우시나요? 어떤 종류의 동물을 좋아하시나요?"
책: "최근에 읽은 책이 있으신가요? 어떤 장르의 책을 선호하시나요?"
이러한 주제들은 대화를 시작하고 상대방과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과 상대방의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주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상대방의 관심사에 따른 더 세부적인 질문도 가능하다.
요리를 좋아하는 동료에게 어떤 얘기를 하면 좋을까?
"최근에 어떤 맛있는 요리를 해보셨나요? 어떤 재료를 사용하셨나요?"
"가장 좋아하는 요리 스타일이 무엇인가요? 어떤 요리를 자주 해보시나요?"
"요리를 시작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어떤 요리를 배우고 싶으신가요?"
"맛있는 음식을 찾는 여행을 좋아하시나요? 어떤 지역의 음식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요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좋은 자료나 레시피 사이트를 알고 계신가요?"
가끔은 대화에 덧붙여낼 얘깃거리가 없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뭐 이런저런 이유로 나 스스로 어설퍼 보일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가벼운 대화에 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소통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별 기대도 없고 대단한 얘기를 주고 받아야겠다는 욕심도 전혀 없다. 갑자기 아주 뜬금없는 소리를 하지 않는 이상. 뭐 이런 류의 대화를 아주 잘하거나 못한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 그런 걱정일랑 하지 않고 적당히 리액션만 잘해도 괜찮다고 내 기대치를 낮춘다. 또 내가 그런 대화를 선호하지 않아 진지함으로 다가가고 싶다면 그것도 내 선택이다. 진지하면 어때, 내가 원래 그렇지 뭐.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의 흐름과 덧붙일 부분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곧 업데이트하겠습니다!
출간 안내
아프리카에서 진행했던 디자인 프로젝트를 포함해 "지속가능성"과 "디자인의 가능성"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은 책 <아프리카로 간 디자이너>를 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