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치인은 직설적이다, 무례할 정도로 솔직(Brutally honest)하다는 말을 여기 오기 전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렇게 예방 주사를 단단히 맞고 와서 그런가 생각보다 적응은 수월했다.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본론만 불쑥 꺼내는 화법이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효율적이다. 결국 나에게도 편할 때가 더 많았다. 특히 외국인이다 보니 가끔 어떻게 일이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는 상황들이 생기는데, 문제가 생기면 바로바로 피드백을 주니 명확하다.
더치인들은 이런 특성을 자랑스러워 한다. 감출 것 없다는 떳떳함과 솔직함, 그리고 직설적인 화법에서 나오는 효율성을 최고의 칭찬으로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간혹 가다가 내가 예민한 건가 싶을 정도로 기분이 상할 때도 있었다. 더치인들 스스로도 자신들의 무례함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미리 밑밥을 깔아두는 건가 싶었다.
직설 화법에 덧붙여 여기 사람들은 자기 의견을 거리낌이 없이 표현한다.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심이 없나 싶을 정도로.
네덜란드에 도착한 첫날이었다. 학교 근처에서 한 학기를 지낼 숙소를 아직 구하지 못해 호텔로 가게 되었다. 이민가방 한 개와 대형 캐리어를 끌고 주룩주룩 오는 비에 흠뻑 젖은 채로 호텔에 도착했다. 마침내 2층에 있는 방으로 올라가려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낑낑대며 짐을 옮기는 중에 도와주러 온 직원이 대뜸 하는 말이 “이럴까봐 나는 여행 갈 때 짐을 가볍게 챙긴다.”란다.
"난 여기 여행 온 게 아니라 1년 치 짐을 챙겨 온거야!”라고 응수했지만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 하물며 여행을 왔다고 해도 손님에게 저런 사족을 덧붙이는 이유가 뭘까, 내가 동양인이라고 무시하는 건가 별 생각을 다했다.
그날 이후에도 내가 예민한 거야? 왜 저런 말을 하는 거야? 하는 상황들이 꾸준히 있었다. 상황도 다양하다. 일터에서, 학교에서, 사적인 모임에서, 슈퍼마켓에서 등등.
심지어 이전 팀의 상사는 내게 여러 번 강조했다. "나는 무슨 말을 듣든 기분 상하는 사람이 아니니, 말 실수할 걱정 없이 편하게 대해줘” 라고. 그래도 난 늘 나름의 예의를 지켰지만 말이다.
의도치 않은 말에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것도 여러번, 여기엔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과도하게 직접적인 사람과 대처할 때에는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상황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은 사용할 수 있는 몇 가지 전략입니다:
안전한 환경 조성: 이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때 판단이나 부정적인 반응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안전한 분위기를 조성해주세요. 그들이 자신의 관점을 표현할 수 있고, 당신이 방어적이거나 화를 낼 것이 없다는 것을 보장해주세요.
문제에 집중, 사람이 아닌: 민감한 주제를 논의할 때에는 사람과 문제를 분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들의 직접성을 비판하는 대신, 구체적인 행동, 행동 양식 또는 피드백에 집중하세요.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사람을 공격하지 않음으로써, 보다 건설적인 대화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건설적인 피드백 제공: 상대방의 직접성이 문제를 일으킬 경우, 그들의 접근이 과도하게 직접적으로 받아들여진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를 제시해주세요.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대안적인 방법을 제시해주세요. 건설적인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이 직접성의 영향을 이해하고, 생산적인 의사소통을 장려할 수 있습니다.
능동적인 청취 연습: 과도하게 직접적인 사람과 대화할 때, 그들의 관점을 능동적으로 청취하고, 그들의 근본적 동기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주세요. 그들의 의견을 소중히 여기며, 진정으로 그들의 관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협력적이고 상호 존중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경계 설정: 상대방의 직접성이 지나치게 지치거나 무례한 경우, 명확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호간의 존중을 바탕으로한 의사소통의 기대치를 전달하고, 그들의 접근이 그 경계를 넘어섰을 때 알려주세요. 경계를 설정함으로써, 건강하고 전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기억해주세요, 모든 사람은 다른 의사소통 스타일을 가지고 있으며, 양측이 함께 동의할 수 있는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솔직하고 개방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으며,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경계를 설정하려고 할 때, 다음과 같은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대화 방식을 선호합니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사소통 스타일을 말하면서, 어떤 대화 방식을 선호하는지 솔직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상대방이 어떤 행동이나 언어를 피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저에게는 이런 말이 좀 더 편안합니다.": 상대방이 사용하는 말이나 표현이 불편하거나 공격적으로 느껴질 때, 이를 부드럽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더 편안한 말이나 표현을 사용하도록 요청하면, 상대방과의 대화가 원활해질 수 있습니다.
"저와의 대화에서 이런 주제는 피해주시겠어요?": 특정 주제가 민감하거나 불편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면, 이를 상대방에게 알려주어 대화의 방향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특정 주제를 피하거나 다른 관점에서 대화를 진행할 수 있도록 요청할 수 있습니다.
"상호간의 존중을 바탕으로 대화를 진행하면 좋을 것 같아요.": 대화에서 상호간의 존중과 배려를 강조하는 말을 사용하여, 상대방과의 대화를 건강하고 적극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상대방에게 대화에서의 예의와 존중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여기 살며 더욱 느낀 것은, 그리고 솔직한 자기의 의견을 말하긴 말하되, take it or leave it이다. 내가 조언이나 의견을 전했는데 만약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거기에 또 응어리를 남기지 않는다. 보통은 그렇구나, 저 사람의 생각은 다르구나 하고 넘기는 것 같다. 그리고 기분 상할 정도로 직설적인 말들의 이면을 들여다 보면, 애써 좋게 포장하지 않음을 오히려 상대방을 더 위해주는 것이라 여기는 것 같다. 어설프게 감싸주려고 하면 괜스레 의뭉스러운 사람으로 여겨지거나, 비판을 못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자신을 무시한다는 오해를 만들 수 있다. 그러니 최대한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게 좋다. 수동 공격적인 발언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또, 필터 없이 아무 말이나 하는 것 같지만, 바꿀 수 있는 상황인지, 그 여지에 따라 강도를 조절한다. 만약 이미 저질러진 일로 더 나아질 여지가 없는 일이라면 굳이 (크게)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혹은 개인적인 이유라면 각자의 선택과 취향을 존중해준다 - 물론 그래도 오지랖 섞인 코멘트를 듣는 것은 덤이다. 그리고 인신공격이나 성별, 출신, 종교 등에 따른 차이, 차별의 말은 터부시한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대부분의 경우에 이 사람들의 소통에 악의는 없다. 그렇다 보니 나도 점점 익숙해지는 것 같다. “그래, (안 물어봤지만) 너의 생각은 그렇구나"하며 무디게 넘기는 하루 하루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의 흐름과 마무리 부분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곧 업데이트하겠습니다!
출간 안내
아프리카에서 진행했던 디자인 프로젝트를 포함해 "지속가능성"과 "디자인의 가능성"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은 책 <아프리카로 간 디자이너>를 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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