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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딧 Oct 22. 2023

일름보가 되긴 싫은데, 동료의 잘못을 상사에게 찌르다

사건의 발단 

M은 늘 날이 서있다. 누군가 부탁을 하면 시간이 없다며 거절했고, 바쁘다며 성을 냈다. 그런가 보다 할 순 있지만 M의 업무 특성상 M이 다른 팀에 요청을 할 일이 더 빈번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M의 부탁은 부탁 같지 않았다. 마치 내 상사인양, 아니! 내 상사도 내게 이렇게 말 안 하는데. 명령하듯 언제까지 무엇을 해달라는 요청에 나는 기분이 상했다. 그래도 '대의'를 위해 최대한 맞춰주고 들어주려고 했다. 그런데 그날은 나도 내 한계에 치닫고 말았으니...


 M이 최근에 우리 플랫폼에 처음 등록하는 고객들에게 보낼 소개 자료를 만들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우연한 계기로 다른 동료가 무언가를 설명하다 내게 보여주었고, 나는 그 자료에 잘못된 내용들이 보여 지적했다. 

"이 자료, 혹시 최종본인가요? 몇 가지 틀린 부분이 있어서 업데이트가 필요할 것 같아 표시해 두었습니다~"


딱히 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틀린 내용을 두고 볼 순 없어 메시지를 보냈는데 M의 반응은 놀라웠다. 

"이 자료 최종본이고 이미 외주 맡겨서 디자인도 한 거여서 수정 절대 불가능해요~ 피드백이 있었으면, 그전에 말하던가 지금은 말해도 소용없어요."


나는 당황했지만, 그래, 갑자기 나타나 지적하는 건 반갑지 않겠다 싶긴 했다. 

"그래도 잘못된 내용을 고객들에게 보내는 것보다는 번거롭더라도 수정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 디자인 파일이 수정이 어려우면 제가 해드릴게요. 원본 파일을 가지고 있으면 수정은 바로 할 수 있으니 한번 확인해 주세요"


M은 "아니요~ 괜찮습니다. 수정할 수 없고요. 이래서 우리가 데드라인을 정한 거고요." 


나는 뭐, 담당자가 저렇다는데 알겠다고 하고 넘어가려고 하는데 그의 다음 말에 내 심장은 쿵쿵거렸다. 


"그쪽 팀에 피드백 달라고 몇 번이나 얘길 했었고, 피드백도 받은 내용인데, 이제 와서 이러는 건 시간 낭비 밖에 더 되나요. 지금 할 일도 가뜩이나 많은데."


피드백을 달라고 했었다고? 일단 사실 파악을 하기 위해 이메일을 뒤져 보니 피드백을 달라고 한번 메일을 보낸 적이 있었다. 지금 최종본이라는 것이 이전 버전에서 업데이트된 내용이 없이 복사-붙여 넣기 된 내용이었기에. 우리 팀에서는 "업데이트된 것이 맞는지, 00와 00은 이번에 새로 개발된 부분이라 그 부분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고 00은 0월 부로 플랫폼에서 빠졌으니 그 내용을 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등등 의견을 취합해 내용을 보냈다. 


내가 이 얘기를 꺼내자 M은 더 화가 났다. 그리고는 "이 피드백 자체가 잘못된 거라고요. 어디 내용이 들어가고 빠지는지 그 부분에 표시를 해서 주던가, 이렇게 주면 내가 어떻게 이해하라는 건지. 일을 왜 이따위로 하나요."


 M의 날 섬을 몰랐던 건 아니지만, 정도가 지나쳤다. 이렇게 까지 하고 싶진 않았지만, 메시지를 다른 동료에게 보여주자 동료가 깜짝 놀랐다. M이 여러 사람들과 싸우고 남의 말을 안 들어주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심하게 말을 하진 않았다고. 이건 인사팀에 신고해야 할 정도 아니냐며 나를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결국 나는 상사에게 이르기로 했고, 사건의 경위와 그의 말을 적어 나갔다. 다 적고 나서 읽어 보니 내 이메일은 분노와 울분을 토로하는 호소문이었다. 차마 전송을 누르지 못하고 몇 번을 다시 읽고 고쳐 썼다. 하지만 내 감정은 덜어지지 않았다. 


챗 지피티야, 내게 무례하게 행동한 동료를 이르려고 하는데,  프로페셔널하게 이르는 법을 알려줘. 일름보가 되긴 싫어. 

챗 지피티의 답: 상사에게 공격적인 동료에 대해 얘기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적절한 시기 선택하기: 상사와의 대화를 할 때, 적절한 시기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사가 바쁘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대화를 미루는 것이 좋을 수 있습니다. 상사의 일정과 상태를 고려하여 대화를 진행해 보세요.  

사실을 기반으로 이야기하기: 공격적인 동료에 대해 이야기할 때, 주관적인 의견이 아닌 사실을 기반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동료의 행동이 어떻게 팀의 분위기나 업무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세요.

객관적으로 이야기하기: 동료의 행동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사에게 동료의 행동이 어떻게 업무 효율성이나 팀의 협업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해 보세요.  

해결책 제안하기: 상사에게 동료의 공격적인 행동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 후, 해결책을 제안해 보세요. 예를 들어, 동료와의 개별 면담을 제안하거나 중재자의 참여를 요청하는 등의 방법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상사의 지도와 조언을 구하기: 상사에게 동료와의 대화에 대한 조언이나 지도를 요청해 보세요. 상사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경험과 통찰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며, 동료와의 대화나 조치를 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을 활용하여 상사에게 공격적인 동료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접근 방식을 선택해 보세요.. 


챗 지피티의 답에 나는 이메일을 고쳐보았다. 사실 위주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았고 결국 챗 지피티에게 이메일을 다시 써달라고 했다. 


팀워크에 대한 우려 사항이 있어 메일을 드립니다

우선, 제 의도는 팀끼리의 협력과 팀워크가 잘 되기를 바라는 것임을 명시합니다. 최근 M이 제게 한 말과 행동이 팀워크에 악영향을 주리라 우려가 된 일이 있었고, 이에 메일을 쓰게 되었습니다.
- 상황과 M의 말 설명 -
고객에게 전하는 문서라면 저는 특히나 더 퀄리티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함께 일하면서 트러블이 없을 순 없지만,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가 중요하겠지요. M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기를 바라지만 이번 일로 의구심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00님이 한번 짚고 넘어가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간결하게, 그리고 감정이 많이 배제된 결과물에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내 상사와 함께 M의 상사를 참조해 메일을 보냈고 M의 상사는 M과 빠른 시일 내로 대화하겠노라 답을 주었다. 사실 메일 내용은 크게 상관이 없었다.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M의 메시지를 보면 그가 얼마나 공격적이었고, 불쾌하게 굴었는지 누구나 판단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챗GPT에게 한 수 배웠다. 나의 목적은 그저 팀워크, 그리고 고객을 위한 헌신임을 강조하며... M을 철저하게 돌려 까는 스킬. 내 입으로 직접 모욕감과 분노를 내뿜진 않으면서 말이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추가할 부분이 있어 아직 작성하고 있답니다. 곧 업데이트하겠습니다! 



출간 안내

아프리카에서 진행했던 디자인 프로젝트를 포함해 "지속가능성"과 "디자인의 가능성"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은 책 <아프리카로 간 디자이너>를 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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