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떠밀려 가지 말자, 똑바로 서자, 부지런히 가자.
어릴 때 한문 시간에 배운 공자 말씀을 곱씹고 있다. 공자 왈 나이 삼십은 이립( 而立)이라고 하셨다. 말이을 이 而 똑바로 설 립 立, 자립을 한다는 뜻이다. 스스로 일어서는, 기초를 세우는 나이. 학문에 빗대어 한 말씀이지만 내 삶을 돌이켜보자니 한숨부터 나온다. 공자님이 보시기에도 나잇값을 못하고 있는 걸까. 바로 서 있기는커녕, 지금은 발이 땅에 닿아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내 마음과는 달리 이제 40대 불혹(不惑), 50대 지천명(知天命)을 향해 달려간다. 세상 풍파에 흔들림 없는 마흔, 하늘의 뜻 천명을 깨닫는 쉰이라는데... 지금으로선 그때의 내 모습이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일단 똑바로 서기부터 해야 할 텐데 이거 참 어렵다. 그래도 아직 삼십 대 출발선이 더 가까운 곳에 서있으니 시간 적 여유는 아직 있다고 자기 위로를 해본다. 확신도 없으면서 말이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이게 맞는 길인가 하면서 걸어가는데. 아니란 걸 99퍼센트 확신하면서도 계속 간다. 이게 맞는 길일지 모른다는 그 1퍼센트의 혹시나 하는 기대를 따라가는 걸까. 결국 엉뚱한 곳에 도달해 이 길이 아니었다는 걸 내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속이 시원하다. 이거 정말 아니었구나. 뒤늦게 깨달으면서도 미련스러운 줄을 모른다. 그리고 나서야 다시 맞는 길을 찾는다. 뚝심인 척 대체 옆사람 말은 왜 귀담아듣지 않는 건지. 이렇게 길 잃은 기분이 들 때면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만 싶다. 어디 멀리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뭔가 내 생활을 환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까지... 이래저래 도움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앞으로 가고 있다. 일단 세월을 거슬러 뒤로 가는 건 불가능하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니 앞으로 갈 수밖에 없다. 내 등을 내가 떠밀며, 꾸역꾸역 나아간다. 어, 이게 맞나? 이래도 되나? 하면서... 뒤를 돌아보기도 하지만, 뭐 앞으로 가야지 별 수 있나. 그래도 의구심은 계속 든다. 내 의지와 다르게 발은 계속 움직이는 것 같은데... 이거,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정신 차리고 보니 또 시간은 훌쩍 가버렸다. 세월은 조금도 날 기다려주지 않는다.
좋든 싫든 이제 결단의 시간이다. 난 이제 똑바로 서서 내 삶을 마주할 것이다. 마음의 준비는... 한 반 정도 되었다. 내 기대와는 달리 나이 서른은 어설프게 아는 것만 많았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임할 것이다. 더 이상 등 떠밀려 가지 않으려 한다. 한 발 앞서 내 길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안 그래도 공자님 말씀보다 한참 늦었다. 이제라도 나잇값을 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