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소중함을 깨달은 순간이 있다.
20살까지의 난 지쳐있었다. 너무 이른 나이부터 경제활동을 한 탓에 온전히 즐기며 살아보지 못했던 아쉬움과 노동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나는 군대로 도망갔다.
군인은 내 적성에 잘 맞았다. 훈련소 300명의 훈련병 중 1등으로 수료를 해, 사단장 표창을 받아 자대로 갔다. 직업군인이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도 했다.
군대 밖에서의 삶보다 나에게는 군대 안의 삶이 더 쉬웠다.
전역을 1년여 남기고 사고가 있었다. 작업 중 발아래의 절벽으로 떨어진 일이 있었다. 중간에 매달려 있던 나는 이상한 생각을 했다.
비디오 게임의 난이도 설정처럼 사람도 태어날 때, 인생의 난이도를 정하고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좀 어려운 난이도를 선택했으니 다시 태어나서 쉬운 난이도를 선택할 순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하곤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나는 떨어지지 않았다. 여름이라 풀들이 무성했는지 그곳에 엉켜 매달려 있었고, 나는 두 손으로 기어 올라왔다. 같이 작업을 했던 후임이 놀라서 진정하지 못하는 모습과는 다르게 나는 차분했다. 부대로 돌아가 담당 간부에게 보고 했고, 무사고로 돌아와 주어 고맙다며 포상휴가를 챙겨 주었다.
다음 날 계획에도 없던 휴가를 나가게 되었다.
죽음에서 살아났다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으로 내 인생을 진지하게 돌아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휴가를 나와 집에서 티비를 보는데 이영자가 진행하는 택시라는 프로그램에 가수 요조가 나왔다.
홍대 여신 요조의 팬이던 나는 흥미롭게 방송을 봤다. 그리고 요조 동생의 이야기를 들었다.
요조의 동생은 공부를 꽤나 잘했다고 한다. 어느 날 사진작가의 꿈이 생겨 사진과로 진로를 정했다.
부모님은 반대를 했고 언니인 요조는 동생의 꿈을 응원했다. 동생은 홍대 사진과를 진학하고 싶어 했고 언니는 홍대에서 음악을 하니 함께 지내면 좋겠다는 기대 가득 찬 미래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날 출사를 가는 동생에게 용돈을 쥐어줬고, 그날 청량리역 사고로 동생은 죽었다.
누군가 요조를 찾아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하면 동생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렇게 대답을 해준다고 했다.
"당신, 나와 이야기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죽을 수 있어요. 제 동생처럼.. 그렇다면 질문에 답이 되지 않을까요?"
요조의 이야기는 나에게 하는 듯했다.
나는 죽음에서 살아났고, 이후 죽음이라는 단어가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했다.
하루를 노래하라.
그렇게 하루를 노래하며 살겠다던 20대의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30대의 나에게 다시 이야기한다.
이런저런 고민을 할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노력하고. 그때 보다 지금 더 잃을게 많다고 두려워하지 말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내가 행복해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다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필사적으로 행복해지자고.
그렇게 매일을 행복한 하루로 만들어 살아달라고.
그리고 행복한
하루를 노래하라고.